검찰 소환조사로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차기 야권 대권 주자로까지 오르내리던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관료 출신 경기도지사로 중앙정치와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부정할 순 없다. 아울러 도정에서도 확연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2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안팎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말이 연일 나온다. 임기 6개월을 맞은 시점이기에 아직 적응 중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전임 지사들과 비교해봤을 때 확연히 늦다는 게 중론이다.
중앙정치에서는 김 지사의 존재감은 사실상 없다. 광역단체장인 까닭에 정치인보다는 행정가로서의 면모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도 맞지만 치고 빠져야 할 타이밍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인상도 있다.
또 다른 야당 대권 주자급 인사인 이낙연 전 대표는 미국에 머물면서도 간간이 SNS 글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정치평론가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27일 쿠키뉴스에 “김 지사는 중앙정치에 대해 어느 타이밍에 자기 목소리를 낼지 지켜는 보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이슈로만 거의 채워져 있어 지금은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진욱 경기도 대변인은 같은 날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정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정치를 위한 정치 메시지를 내지는 않는다”고 중앙정치와의 연결 짓는 모습과 거리를 뒀다.
다만 “최근 ‘난방비 폭탄’ 이슈처럼 민생을 위한 일이라면 중앙이든 지방이든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할 얘기는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김 지사는 도정 운영 안팎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하다. 특히 인사권 행사를 두고 경기도 공무원 사이에서 적잖은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중이고, 경기도지사 선거를 도운 이 대표 측 관계자들을 인사에서 상당수 배제한 점도 비판받고 있다.
김 지사 인사 스타일은 이 전 지사와 정반대다. 이 대표가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능력 위주의 인사 방식이었다면 김 지사는 반대로 연공서열을 중시한다.
경기도청에서 20여 년 넘게 근무한 한 공무원 A씨는 27일 쿠키뉴스에 “이재명 전 지사였다면 퇴임이 1년 남짓 남은 이들을 국장급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텐데 김 지사는 연공서열을 따져 나이와 경력이 많으면 내일모레 그만두더라도 국장 자리에 앉혔다”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느린 일 처리 속도 또한 불만 사항이다. 신중함을 중시하는 경제관료 출신이란 점을 이유로 들 수도 있겠으나, 같은 경제관료 출신인 임창렬 전 경기지사는 빠른 업무 스타일로 유명했다.
경기도청 공무원 B씨는 “이 전 지사는 외부 참모진을 대거 들여와 시험적 과제에 도전했고, 빠른 판단력을 보였다”며 “김 지사는 온화한 성격을 지녔고 기재부 출신으로 전체적인 흐름 파악이 뛰어나긴 하지만, 빠른 판단보다는 기재부 공무원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지사에게 어떤 사안과 관련한 보고를 하면 ‘어떻게 하라’는 지시보다는 ‘협의해서 다시 가져오라’ ‘자문받았느냐’ 물으면서 되돌려보내기가 부지기수”라고 부연했다.
한편 김동연 지사가 때를 기다린다는 다른 분석도 있다. 현재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인해 어떠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를 다지면서 나중을 기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에 “관료 출신인 김동연 지사는 현재 정치신인이고, 당내 기반도 크지 않다”며 “지금 이재명 대표를 편들기도 비판하기도 어려운 가운데 어떤 메시지를 굳이 내기보다는 내부를 다지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기지사를 한 번 더 하고 대권에 도전하는 게 현실성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