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려워지는데...코로나 생활지원금 지원 축소 카드 만지작

경제 어려워지는데...코로나 생활지원금 지원 축소 카드 만지작

기사승인 2023-02-10 06:00:15
9일 기자는 종로구 한 동사무소에 찾아가 생활지원비 신청서를 요청했다. 관계자는 “요새 직접 신청하시러 오는 분은 드물다. 주로 온라인으로 신청한다. 신청자 자체가 많이 줄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32세 회사원 정모씨는 지난 1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첫 감염으로 보건소로부터 격리 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내용을 살펴보던 중 생활지원금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주변 지인들 중 최근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에게 신청 기준에 대한 자문을 얻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지원해준다는 걸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회사 방침, 월급 규모따라 다르다는 사람도 있어 제대로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며 “결국 동사무소에서 직접 신청을 했다. 동사무소도 소득분위에 따른 신청 가능 여부만 확인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 해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격리자에 대한 생활지원비·유급휴가비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확산세 완화와 함께 신청 건수나 관심도가 낮아지면서 올해 지원 제도가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1월 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격리 기간 중에 입원 그리고 자가격리자에게 지급하는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 비용을 지속 지원한다고 밝혔다. 생활지원비는 전년과 같이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의 가구에게 지원된다. 소득 기준 충족 여부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유급휴가비도 지난 해와 동일하게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서 일 4만5000원씩 최대 5일간 지급한다. 

생활지원금 안내.   정부24

실제 신청 건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해 생활지원비 신청건수는 총 970만건으로 상반기 798만건, 하반기 172만건이다. 유급휴가비 신청 건수도 총 1222만건 중 상반기에만 970만건, 하반기에는 252만건 집계됐다. 이는 잠정 집계 수치로 올해 지자체 등 정산완료 후 확정될 예정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생활지원금이나 유급휴가 비용 지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코로나19 격리 및 입원자 생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 및 금액이 축소됨에 따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컸다.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우모씨(34세)는 “코로나19가 이제는 감기처럼 여겨지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병가보다는 재택근무를 주는 추세”라며 “회사 측에서 설명해준 것은 아니지만 병가처리 되지 않고 월급이 그대로 나오면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생활지원금 및 유급휴가비를 받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일주일 쉬고 지원금 10만원을 받느니 재택근무를 해서 정상 월급을 받는 게 더 이득”이라고 언급했다. 

마트 종업원 박모씨(39세)는 “지난해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아내가 신청해줘서 지원금을 받은 적 있다. 올해 1월 초에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지원금이 계속 있는지도 몰랐다.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생활지원금은 딱히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며 “어차피 신청해도 3개월 걸려 고작 10만원 받는 셈인데 이번엔 그냥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최모씨(69세)는 “지난 코로나19 자가격리 때도 남편 연금이 약간 많다는 이유로 못 받았다. 남보다 열심히 허리띠 졸라메고 한푼 두푼 모아 살아도 정작 필요할 땐 지원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공평하게 주는 것처럼 얘기해도 주변을 보면 못 받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더라. 있으나 없으나 똑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종로구 지역에 위치한 한 동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도 완화되고 생활지원금 제도가 일부 바뀌면서 신청자가 줄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신청하다보니 직접 와서 신청하는 사람은 한 달에 10명 채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작년 초 폭발적인 민원으로 지자체나 시민들이나 모두 고충을 겪은 후 생활지원금에 대한 관심도 이제는 많이 떨어졌다. 홍보도 잘 안돼 새로운 감염자보단 지난해 받았던 사람이 재감염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예산 1211억원 배정…“방역 정책 변화 따라 제도 축소 검토”

질병관리청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생활지원비·유급휴가비 편성액은 1211억원으로, 전년도 4020억원보다 69%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와 동일한 지원기준으로 편성됐으며, 예산 감소는 확진자 수 추계치 변화에 따른 감소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전년도 하반기보다 확진자 수가 완만하게 감소하며 신청 건수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월 첫째 주(1일~7일)부터 감염재생산수치(Rt)가 12주 만에 1 미만인 0.95로 내려갔고 2월까지 6주째 1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9만명을 웃돌았던 일평균 확진자 수도 올해 들어 2월 첫째 주 1만명대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방역 정책 변화 등에 따라 지원금 제도도 변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대본 격리관리팀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생활지원비 및 유급휴가비용 지급대상·기준 축소 등은 현재 검토된 바는 없다”면서 “향후 제도 지속 여부 등은 국내 코로나19 방역정책 변화 등에 따라 검토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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