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과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이 ‘버추얼 휴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버추얼 휴먼은 실존 인물이 아닌 스프트웨어로 만든 가상의 인간을 의미한다. 마케팅비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가 단순 게임 홍보를 떠나 음악, 광고,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관심이 뜨겁다.
넷마블 계열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버추얼 아이돌 그룹인 ‘메이브(MAVE:)’를 선보였다. 메이브는 버추얼 휴먼 ‘시우’, ‘제나’, ‘타이라’, ‘마티’로 구성된 4인조 아이돌 그룹으로, 미래에 살고 있던 소녀들이 감정을 되찾기 위해 2023년으로 넘어와 한국, 미국, 프랑스, 인도네시아에 불시착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MBC ‘쇼! 음악중심’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첫 번째 싱글 앨범인 ‘판도라의 상자’ 타이틀 곡 ‘판도라’ 뮤직비디오는 9일 기준으로 유튜브 조회수 1090만 뷰를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6월에 버추얼 아티스트인 ‘애나’를 공개했다.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글로벌 Z세대(1990년대 중반~2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애나는 오리지널 음원 발매를 시작으로 엔터테인먼트, e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위니’가 공개됐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댄스, 스포츠를 좋아하는 21세 공대생이라는 설정이다. 크래프톤은 위니를 앞세워 SNS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아이템을 착용하거나 팬들과 소통하는 등 게임 이용자 및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크래프톤은 한 발 나아가 실제 이용자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버추얼 프렌드’도 개발 중이다.
8일 진행된 ‘2022년 연간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크래프톤은 “게임 속 캐릭터와 이용자가 함께 플레이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AI가 가상의 친구로서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인 버추얼 프렌드를 구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혼자 게임을 하더라도 실제 친구와 함께 즐기는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연내 버추얼 프렌드 초기 버전을 출시 예정이며, 상반기 테스트를 시작으로 연내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해외에선 라이엇 게임즈가 버추얼 휴먼을 통해 성공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18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기념하기 위해 가상의 K-POP 걸그룹인 ‘K/DA(케이디에이)를 공개했다. 게임 캐릭터인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은 롤드컵 결승전 무대에서 실제 아티스트와 함께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실존 인물과 가상의 인물이 함께 성공적인 무대를 펼쳐 사람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었다. 케이디에이가 발표한 음반은 유튜브에서 4억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빌보드 차트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당시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버추얼 휴먼은 게임, 웹툰, 메타버스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실제로 메이브의 멤버 제나는 넷마블에프앤씨에서 개발한 PC게임에서 신규 영웅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아티스트로 활용할 경우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일탈이나 사건·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을 덜 수 있고, 시간과 장소 구애없이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언급된다. 이로 인해 엔터테인먼트나 메타버스를 넘어 버추얼 휴먼을 찾는 산업 분야도 다양화되고 있다.
작년 12월 하나은행은 금융 고객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버추얼 휴먼 솔루션 기업 온마이드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신한은행의 버추얼 휴먼 ‘로지’나 롯데홈쇼핑의 ‘루시’는 광고나 라이브커머스에 등장하기도 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는 버추얼 휴먼 시장이 2030년에는 5275억8000만달러(약 688조4919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버추얼 휴먼과 관련해 쿠키뉴스에 “(버추얼 휴먼은) 실존 인물보다 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게임뿐만 아니라 각종 콘텐츠나 메타버스 등 다양한 생태계에 출연 가능하다”며 “한 게임에 기존에 있던 연예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과는 경험의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성기훈 기자 mis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