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쓸래요” MZ들의 사용법 [챗GPT열풍]

“틀려도 쓸래요” MZ들의 사용법 [챗GPT열풍]

기사승인 2023-02-14 06:00:06
챗GPT에 정보 신뢰성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나온 답변. 한국어와 영어 등을 이용해 정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거듭 물었고, 무조건적인 신뢰는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이 이어졌다. 챗GPT 캡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는 말했다. 나를 전적으로 믿진 말라고.

그러나 챗GPT를 사용하는 청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2030세대 청년은 이미 과제, 시험, 업무 등 광범위한 분야에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매 순간 발전하고 있고 인간의 머리는 이를 이길 수 없다’는 간편한 논리가 이들의 무분별한 정보 수용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물결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13일 쿠키뉴스는 챗GPT 활용해봤던 20~30대 청년 2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12명의 20대, 6명의 30대가 참여했다. 20대들은 주로 시험, 리포트 등의 과제, 논문, 취업 준비에 챗GPT를 활용했다. 30대는 직업과 관련한 업무에 사용 빈도가 높았다.

챗GPT의 결과물을 신뢰하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85%가 그렇다고 말했다. 매우 신뢰한다는 10%, 신뢰한다는 75%였다. 이유는 다양했다. 응답자들은 ‘인공지능은 충분히 검증된 기술이어서’, ‘대체로 사실에 기반한 자료로 답변을 줘서’, ‘질문하는 사람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어서’, ‘빅데이터 기반이어서’ 챗GPT를 믿는다고 했다.

챗GPT가 알려준 정보가 틀렸을 것이란 의심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는 답변이 70%를 차지했다. 틀린 정보가 있어도 사용하겠느냐는 물음에는 75%가 계속 사용하겠다고 대답했다.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특성상 정보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응답자는 논리에 바탕을 둔 사고도 챗GPT를 믿게 된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이하나(22·여)씨. 그는 챗GPT에 의존하는 청년 중 한 명이다. 이씨는 과제를 준비하면서 챗GPT를 처음 접했다. 테스트 삼아 질문을 몇 개 던졌고, 알고 있던 답을 내놓는 걸 본 후 챗GPT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까지 이를 사용하며 크로스 체크 등의 확인 작업은 따로 거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얻어도 오류는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오차범위라고 본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완벽한 해답을 가진 인공지능은 없다. 적어도, 아직은. 현재 챗GPT의 답변에는 오류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다른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챗GPT 대항마로 ‘바드’(Bard)를 만들고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연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바드는 “9살 어린이에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JWST)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태양계 밖의 행성을 처음 찍는 데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촬영한 것은 JWST가 아닌 2004년 유럽남방천문대의 초거대 망원경 VLT(Very Large Telescope)였다. 바드가 말한 오답으로 구글 주가는 10% 떨어졌다. 공중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150조원에 달했다.

인간은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기를 기회를 챗GPT에 뺏길 수 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행동 그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입력된 지식은 한 사람, 조직 더 나아가 공동체의 선택과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배제된 수용은 오류를 만들어 낸다. 비단 미성년자에 국한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름의 기준이 정립된 성인에게도 정보를 다각화해 읽는 능력은 필수다. 디지털 사회가 본격화할수록 리터러시(디지털 매체의 성격이나 기능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활용 능력)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는 챗GPT에 대한 리터러시는 ‘팩트인가 아닌가’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및 러닝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챗GPT는 존재하는 데이터뿐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정보를 분석해서 재구조화한 결과까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있던 인공지능과는 정보 제시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매우 고차원적인 측면의 판단 기준이 정보 수용자에게 필요하다는 게 조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챗GPT로 만들어진 정보가)어떤 맥락에서 생성됐는지, 윤리적인 선에서 만들어졌는지, 이 정보와 관련해 나의 입장이나 목적은 무엇인지, 개인의 발전과 공동체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까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교육을 통해 더 높은 리터러시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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