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쏠린 시선, K-게임 ‘모래 바람’ 탄다

중동에 쏠린 시선, K-게임 ‘모래 바람’ 탄다

기사승인 2023-02-16 06:00:12
지난 달 17일 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와 면담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국내 게임업계가 중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동 지역 내에서 한국 게임의 선호도가 높은데다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국들이 국내 게임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회의 땅’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동 국가들이 앞 다퉈 ‘탈석유’를 내세운 만큼, 국내 게임사들의 중동 진출도 ‘모래 바람’을 타고 순항할지 관심이 모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중동 지역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국내 게임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불을 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는 작년 상반기 엔씨소프트와 넥슨에 3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작년 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가 ‘승리의 여신: 니케’로 유명한 시프트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2022년 해외 시장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에 따른 권역별 게임 이용 시간. 한국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중동이 특히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

K-게임 선호 높은 중동… 통 큰 지갑도 매력 

중동은 이전부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게임 시장으로 꼽혔다. 한국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PC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검은사막(펄어비스)’, ‘길드워(엔씨),’ ‘배틀그라운드(크래프톤)’ 등 중동 지역에서 흥행한 게임도 이미 상당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발표한 ‘2022년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중동은 주중 평균 159분, 주말 218분으로 한국 게임 이용 시간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6800명의 한국 게임 평균 이용 시간(146.16분/192.43분)을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으로는 PC와 모바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PC가 41.7%, 모바일이 36.3%에 달했다. UAE는 44.3%, 38%였다. 서구권 이용자 상당수가 콘솔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과 상반된다. PC·모바일 플랫폼이 중심인 한국산 게임을 접하기 쉬운 구조다. 

게임 이용에 돈을 지불하는 데도 인색하지 않다. PC 게임에 평균 203.5달러, 모바일 게임에 198.7달러, 콘솔 게임에 193.9 달러를 지불하는 등 전 권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 게임에도 가장 많은 돈을 많이 쓰는 지역이다. 월 평균 1인당 한국 게임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한 국가 1, 2위는 카타르(76.21달러)와 UAE(68.98달러)였다. 중국(60.77달러), 미국(55.51달러)보다 높다. 

성장 잠재력도 상당하다. 콘진원의 ‘2022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중동 및 아프리카 게임시장은 28억3600만달러에서 2026년 44억13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1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미르M'을 글로벌 출시했다.   위메이드

P2E 게임 불법⋅불안정한 중국 시장 상황도 중동 진출 부추겨

국내·외의 열악한 시장 상황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중동 진출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명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를 사행성으로 규정하는 법원 판결이 최근 나오면서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는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이 가운데 중동은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전자지갑 등과 같은 웹3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아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특히 UAE는 지난 2018년부터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제도권 안으로 들이기 위한 디지털자산 규제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블록체인 게임의 선두주자 위메이드는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사업 확장을 목적으로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위믹스 메나’를 설립했다. 향후 해당 지역에 법인을 추가로 설립하고,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다각도 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네오위즈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는 등 MENA 지역 진출에 나섰다.

기존 게임 최대 수출 지역이었던 중국의 불안정한 시장 상황도 중동 진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작년 말 약 6년 만에 대거 판호(허가증)를 발급했지만,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게임 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시선이 달갑지 않고, 중국 내에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이 이전처럼 높지 않다는 점도 우려다.

형법보다 율법… 예상 밖 규제도 대비해야

중동이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모래 바람’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교적, 사회적 통념 등에서 큰 차이가 있어 꼼꼼한 현지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중동 국가들은 게임 내에서 종교적 인물을 묘사하거나, 노골적으로 성(姓)과 폭력을 연출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국가 상황에 따라 게임 규제가 강화되기도 한다.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은 작년 10월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가 촉발하자, 게임 중 이용자 간에 나누는 대화를 통해 시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이 차단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면서도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 된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게임 내 ‘돼지고기 아이템’을 다른 고기로 대체하는 등 현지화 작업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