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화장실도 없다…살아남은 자의 고통 [튀르키예 대지진]

전기도 화장실도 없다…살아남은 자의 고통 [튀르키예 대지진]

기사승인 2023-02-17 06:00:05
튀르키예 이재민 등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박이삭

규모 7.8의 강진이 일었던 튀르키예. 이번 지진으로 4만1200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이재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40대 박이삭(가명)씨는 재난 지역을 다니며 이재민 구호 활동에 힘쓰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박씨는 튀르키예 남동부 메르신에서 하타이주로 이동했다. 하타이는 진원지인 동남부 가지안테프와 200여㎞ 떨어져 있다. 지진 피해를 심하게 입은 곳 중 하나다.

튀르키예 하타이주 대부분의 건물이 지진으로 무너졌다.   사진=박이삭


박씨는 하타이 도착 1시간 전부터 무너진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로부터 30분 후엔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고 밝혔다. 그는 “멀쩡한 건물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면서 “금이 가고 무너진 건물과 힘 없이 앉아 있는 사람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지진 피해가 심한 지역은 당국의 통제로 진입이 불가능했다. 재난위기 관리청(AFAD)의 텐트가 있는 곳엔 총을 든 군인들의 통제가 이어졌다.

길 위에 어지럽게 나뒹구는 옷가지. 영하의 기온을 막기 힘든 얇은 옷뿐이다. 이재민이 모인 텐트촌도 환경이 열악하다.   사진=박이삭


한국구호단과 비정부기구(NGO)가 모여 있는 하타이 내 한 지역. 거리에는 구호 물품으로 보냈을 옷더미들이 가득했다. 알아서 가져다 입으라는 듯 쌓여있는 옷 중 외투 없었다. 박씨는 “기온과 맞지 않는 얇은 옷들만 있었는데 그마저도 축축이 젖어있었다”면서 “점퍼, 자켓 등의 방한용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NGO에서 이재민에게 제공하는 식사. 박씨는 이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이삭

이재민들은 여러 NGO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필요할 땐 분유나 이유식 등도 준다고 했으나 이를 먹을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기가 있는 가정은 이미 피해가 덜한 지역으로 떠났다.

가장 큰 문제는 지친 몸을 뉠 공간이라고 박씨는 말했다. 집은 모두 무너졌고, 전기는 들어오지 않는다.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텐트와 매트, 침낭이 없어 이재민들은 추위에 떨고 있다. 한국에서 온 구호대원들도 밤을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친 몸을 뉠 제대로 된 공간이 없는 것이다.   사진=박이삭

집이 없어 겪는 고통은 추위만이 아니다. 편하게 잠을 잘 수 없고 씻을 수도 없다. 대소변도 편히 볼 수 없다. 생리와 위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여성과 아이들이 말 못 할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불리며 강대국들이 서로 차지하려 했던 땅 튀르키예는 이제 사람이 떠나는 땅이 되었다. 박씨는 “이곳을 떠난 이들은 그나마 갈 곳이 있는 것”이라면서 “여러 이유로 무너진 집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 꽤 있다.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불린 튀르키예는 이제 사람이 떠나는 땅이 됐다.   사진=박이삭

튀르키예=박이삭 통신원 psrpppp@gmail.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