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행 3.50%가 유지된다. 한국의 경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부진한데다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는 등 ‘경기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본회의를 열고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밝혔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깨졌고, 연속 금리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2022년 4·5·7·8·10·11월, 2023년 1월)로 끝이 났다. 또한 미국(4.75%)과의 금리차는 1.25%p가 유지됐다.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경기 둔화’가 가장 크다. 금통위는 회의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됐으나, IT 경기부진 심화로 수출이 감소하고 소비 회복 흐름 역시 악화돼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 및 IT 경기 회복 등으로 국내 성장세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전망의 불확실성도 높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향후 방향성에 대해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한국의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확대된 점을 우려했다. 금통위는 “금융·외환시장은 이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가계대출은 감소폭이 확대됐고,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하락세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 뿐 아니라 물가 오름세가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통위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전기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 등의 높은 오름세 등으로 1월중 상승률이 5.2%로 전월(5.0%)보다 높아졌다”며 “다만, 2월중 5% 내외를 나타내다 주요 선진국 대비 둔화 속도는 완만해질 것으로 본다.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폭과 파급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전망치인 1.7% 보다 0.1%p 낮은 수치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작년 11월 발표한 3.6%에서 3.5%로 0.1%p 낮췄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