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정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길을 묻다’

[기자수첩] ‘진정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길을 묻다’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더불어민주당 무공천 ‘야권 분열’
민주당 탈당 임정엽 후보, “국민의힘에 맞서 지역구 수성” 명분
김호서 후보와 단일화 ‘선거 필승 교두보로 급부상’

기사승인 2023-02-24 13:08:57

오는 4월 5일 치러지는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주을이 텃밭인데도 공천을 행사하지 않았다. 자당 소속이던 이상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선거인지라 당헌·당규에 따라 무공천을 결정했다.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구에 정작 민주당은 공천도 없이 치러지는 선거구도는 그야말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1년 후 22대 총선이 없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출사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게 지역정치권의 중론이다. 벌써부터 내년 총선을 겨냥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입지자도 1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민주당 공천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에서 공천권만 가지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으로 보고 있다. 
 
유력후보로 손꼽히는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지난 20일 지역사무소 확장 이전 개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이채익·성일종·이종배·유의동·태영호 의원 등이 대거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정 의원이 당선되면, 보수당의 지지세가 약한 호남에서 국민의힘은 천군만마를 얻고,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까지 내달릴 명분도 갖게 된다. 
 
거침없는 국민의힘에 비하면 민주당의 스탠스는 애매하다. 공천을 안했으니 지켜보면 될 일이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러다 진짜 전주을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발만 동동 구른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입지자들은 더 답답하다. 선거가 고작 1년 앞이다. 뭔가는 해야 하지만, 지금 움직이면 오해받기 딱 십상이다. 오해받아 공천 못 받으면 말짱 꽝이니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런 정치권의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민주당 소속이던 임정엽 전 완주군수와 김호서 전 전북도의회 의장은 “국민의힘에게 지역구를 넘겨줄 수 없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다. 내놓고 박수치는 사람은 없지만 속으로는 환호하는 분위기도 읽혀진다. 최근에는 이들의 단일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지지색이 뚜렷한 표가 나뉘면 죽 쒀서 남 주는 꼴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고작 임기 1년 국회의원인데 누가되든 상관없다”고 도 공공연히 말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애써 속내를 감추는 것 마냥 보인다. 탈당한 무소속 후보를 밀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다간 자신도 내쫓길 수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를 눈앞에 두고도 민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다.  


‘선당후사(先黨後私)’란 말이 있다. 사적으로 개인의 영달과 안위보다는 정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현역 의원이고, 전주을에서 당선된 적도 있는 여당 중진이다. 이번에 다시 지역구 재선에 성공하면, 민주당 텃밭인 전주을 지역구에서 두 번이나 선택을 받는다. 재선의 관록을 내세워 내년 총선에도 분명 출마할 것이고, 지역구 3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비례까지 포함해 여당 중진 의원이 전주을에서 나올 수 있다. 이쯤 되면 도지사가 됐건, 시장·군수가 됐건 국가예산 확보, 현안 해결을 위해서도 여당의 정운천 의원과 가깝게 지내야 할 처지다. 정운천 의원이 재선거에 승리하면, 전주을이 국민의힘 아성지역으로 고착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재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지역정가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로 임정엽 후보가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중론이다. 정치적으로 경험도 많고 성과도 많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주시장 후보군 중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1위를 달려 지지층도 두텁다는 강점을 내세워 지역 정가에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의 단일대오에 맞서는 야권의 분열에 임정엽 후보와 김호서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여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에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려줄 수 없어 민주당을 탈당해서라도 출마했다는 임정엽 후보와 김호서 후보도 결국은 야권 단일화 촉구 여론을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재선거 구도 역시 새롭게 짜일 공산이 크다. 이들 후보가 던진 정치적 승부수에 시민의 선택이 집결돼 민주당 지지세가 공고한 전주을 지역구에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내년 총선 정국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정한 선당후사의 길을 묻는 정치적 화두로 떠오를 것이고, 민주당에도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 움트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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