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 2대 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하루만에 자녀의 학교 폭력 사건으로 구설에 오르자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사임을 두고 여당과 야당이 충돌했다. 양 측 모두 사퇴가 옳은 일이라는 입장에서는 동일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빠른 판단이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순신 변호사는 25일 오후 입장문을 발표하며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가족 모두가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사과했다.
정 변호사의 사의에 국민의힘에서는 빠른 판단이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정순임 본부장의 사의를 존중한다”며 “사안의 심각성이나 국민 정서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적 중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더 늦지 않게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수석대변인은 “평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으신 학교폭력 피해자분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주자들도 잇따라 관련 입장을 내놨다. 안철수 당 대표 후보는 이날 경기도 안산 당협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본인이 결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하람 당 대표 후보는 “앞으로 이러한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몇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연좌제를 거론하며 방어한 것은 문제”라며 “최소한 정 본부장은 아들이 제대로 사과하도록 해야 했다. 왜 국민들이 이를 특권층의 아빠찬스라고 여기는지 뼈아프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에서도 정 본부장의 사퇴는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진심어린 사과와 인사 검증 라인을 문책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정순신 전 검사의 국가수사본부장직 사의 표명은 당연하다”며 “그는 그저 학교 폭력을 저지른 학생의 아버지가 아니라 소송으로 피해 학생을 극한 상황으로 밀어 넣은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해서 정 전 검사와 아들의 가해 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두 사람은 피해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상근부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거듭되는 인사 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인사 검증 라인을 문책하라”고 지적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검찰 식구를 챙기려다 나라를 말아먹게 할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사의 표명에서 끝날 게 아니라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진상 규명에 착수해야 한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인사를 강행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