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제지에도 ‘살생부’ 퍼져…“지지층 이탈, 예견된 일”

이재명 제지에도 ‘살생부’ 퍼져…“지지층 이탈, 예견된 일”

李 체포안, 민주당 이탈표에 ‘살생부’ 생성
이재명 “자제” 당부했지만 개딸 ‘색출 문자’ 돌려
이준한 “갈등 오래전부터 이어져…비호감도 커질 듯”

기사승인 2023-03-04 06:00:1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간발의 차로 부결되자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커뮤니티에서 ‘민주당 이탈표’를 색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에서 부결에 투표했을 거라는 의원들을 추측해 ‘살생부’를 만들어 강도 높은 비난에 나섰다.

살생부는 약 30~40명의 비명·친문계 의원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명단이다. 지지자들은 해당 살생부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포하며 “총선에서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3일 쿠키뉴스에 “‘이 사람은 아닐 텐데’ 하는 사람도 명단에 있어 의아하다”며 “추측성인 명단을 여기저기 뿌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녀사냥’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이번 일이 당의 혼란과 갈등의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 또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의원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등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했지만 지지자들의 ‘색출 작업’은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는 ‘살생부’ 명단을 검증하는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고영인 민주당 의원에게 “이번에 수박 인증 제대로 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고 의원은 “나는 부표를 던졌으니 함부로 얘기하면 가만 안 있겠다”고 답했다.

이소영 의원실에 ‘색출 문자’를 돌린 한 네티즌은 의원실에게서 “이소영 의원은 부결에 투표했다.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답장을 받기도 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 방송인 김용민씨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수박’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수박’은 주로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 의원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씨는 지난 2일 “이재명은 ‘나는 범죄혐의와 무관하다’고 말했지만 1년째 60명의 검사로부터 330번 압수수색에 100명에 이르는 지인·측근이 탈탈 털리고 갇히고 있다”며 “이재명의 억울함을 생각하면 아무 힘없는 시민에게 오해받는 게 그렇게 무겁고 큰 분노의 이유인가”라고 ‘살생부’에 오른 의원들을 비판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미 (일부 민주당 지지층은) 등을 돌렸다. 위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이 대표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예견됐다. 당대표 출마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이게 당내 갈등을 일으킬 뿐 아니라 당 외적으로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드는 것”이라며 “지지도와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내외적으로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도가 커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살생부 배포 행위를 멈추든 말든 “어쨌든 국민이 봤을 때 여론조사로 해당 행위가 부정적이라는 것은 확인된다”며 “점점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친명계에서는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기권과 무효표를 끌어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사퇴론’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3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내에 이 대표가 일단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다”며 “(강성 지지층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폐해와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민주당은 민주정당인데 의견과 시각의 차이가 있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다고 해도 다른 입장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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