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vs지방으로 진화한 지역갈등...문제는 ‘생존’

수도권vs지방으로 진화한 지역갈등...문제는 ‘생존’

국민 90% “우리 사회 갈등 심각” 59.9% “지방갈등”
재정자립도, 하위 25% 지역 58곳 중 53곳이 비수도권
전문가 “도심 주민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기사승인 2023-03-09 06:00:05
지방은 수도권보다 교통, 의료시설, 문화생활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는 청년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진=박효상 기자 

윤석열 정부는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내걸었다. 지역 스스로 발전 전략을 결정하고 실현하는 지역 주도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지역갈등을 한국사회의 핵심 갈등요인으로 꼽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격차가 새로운 지역 갈등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4~6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를 물은 결과 ‘심각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90.8%로 나타났다. 이중 갈등 요인으로 지역갈등이 59.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빈부갈등 12.2%, 정치갈등 11.8%, 남녀갈등 5.2%, 세대갈등 4.0%, 노사갈등 3.2% 순이었다. 

새롭게 떠오른 지역갈등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에서 기인한다. 오랜 기간 지역갈등은 호남 대 영남의 갈등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자산 격차, 인프라 격차가 확대되며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지역갈등을 우리 사회 핵심 갈등 원인으로 꼽은 비율이 50%를 넘겼다. 수도권 주민들의 지역 소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수치로 보인다.

실제로 수도권, 비수도권의 격차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증감률과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핵심지표 기준 하위 25% 지역 58곳 가운데 53곳이 모두 비수도권이었다. 문화·여가와 보건·복지 부문은 하위 10% 지역 23곳 가운데 22곳이 비수도권이었고 주거, 안전 교육 부문은 21곳이 비수도권이었다. 인구와 재정여건이 나쁜 비수도권에선 주민들이 누리는 삶의 수준도 열악한 셈이다. 

지방 소멸 위기는 생존 문제로 직결됐다. 당장 지방 의료 인프라 부실문제만 보더라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소멸위기 원인으로 ‘지역의료 인프라 부실 문제’를 짚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최근 5년간 지방의료원 의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7.6%였던 지방의료원 결원율은 2022년 9월 현재 14.5%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정원 1266명 중 184개 자리가 공석이었다. 전국 지방의료원 35곳 중 75%에 이르는 26곳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재정 측면에서도 지방 소멸의 현실화가 두드러진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이 열악해 지방자치단체 간의 재정 불균형도 상당하다.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조세 중 국세와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국세 75.3%, 지방세 24.7%의 수준이다.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는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역인들 즉 차별 받는 쪽에서 보통 갈등을 느끼는데, 수도권 사람들도 문제의식을 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아무 곳에서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아닌 이왕이면 생존을 위해 도시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이게 지나칠 정도라는 것을 평범한 사람들도 다 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며 수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참좋은지방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했던 김두관 의원은 “지역소멸 문제 및 국가균형발전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께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지금과 같은 서울중심의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다른 지역이 살아나갈 방법이 없다.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전제로 하고, 동시에 각 지역이 메가시티로서의 경쟁력을 가지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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