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마다 다른 온라인 환불 규정...소비자 피해 '가중'

여행사마다 다른 온라인 환불 규정...소비자 피해 '가중'

기사승인 2023-03-10 06:00:23
“여행 출발 시간이 1시 50분인데 오후 1시 50분이라고 안내해줬어요. 안내대로 오후에 나갔는데 알고 보니 새벽 1시 50분이더라고요. 비행기도 놓쳤고, 호텔도 노쇼가 됐는데 제가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으니 환불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하더라고요. 120만 원 날렸어요.” 

사진=노랑풍선 홈페이지 캡쳐

박지민(여·31)씨는 베트남-나트랑 여행을 위해 ‘노랑풍선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상품과 비엣젯 항공권을 구매했다. 비엣젯 항공은 항공권이 저렴해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항공사다. 노랑풍선 홈페이지에 따르면 '패키지 상품 구매시 출발 7일 전 여행경비 전액 결제 안내 전화 또는 문자를 보내고, 출발 2~3일 전 가이드 배정 안내와 최종 안내 문자를 보낸다'고 적혀있다. 

수령한 e티켓에 예약날짜, 연락처, 이메일은 공란으로 되어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박씨는 9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권을 보냈을 때도 수령을 했다는 확인 문자가 오지 않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았다. 비행기 탑승에 가장 중요한 e-티켓은 여행 하루 전날까지 받지 못했다. 박 씨가 직접 고객센터에 수십차례 전화해 재촉한 끝에 2월 1일 저녁에 수령했다. 2월 3일 새벽 1시 50분 비행기로 출발 예정이었으니 출발 하루 전날 보낸 셈이다. 최종 안내 문자는 아예 오지 않았다.

박씨는 “새벽 1시 50분 비행기를 오후 1시 50분이라고 안내받았지만, 녹음본이 없어 증명할 수 없다”며 “e-티켓을 며칠 전에 보내줬더라면 시간 확인을 다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랑풍선은 잘못된 정보를 안내했지만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사 규정에 따라 고객 불찰로 규정하고 환불도 하지 않았다.

기자도 노랑풍선 여행사 고객센터와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안내 음성만 들었을 뿐이다. 수 백만원을 주고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안내도, 문의도 노랑풍선이 받을 때만 가능해 보였다.   

이에 대해 노랑풍선 관계자는 “항공권 발권 과정 중에 영문 이름을 입력 하는 단계가 나온다”며 “그 전에 환불 규정, 취소 위약금에 대해 몇 차례 고지가 나간다”고 말했다.

“제 불찰로 비행기 놓쳤는데 20만원 내고 바로 탔어요”

김현지(여·34)씨는 박지민 씨처럼 제 시간에 비행기를 탑승하지 못했다. 김씨는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아랍에미리트 항공권을 구매했다. 본인 과실 100%였지만 항공사의 규정에 따라 20만원의 수수료만 부담하고 다음 비행기에 탑승했다. 여행사의 불찰로 비행기를 놓친 박씨가 훨씬 더 큰 손해를 본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항공사는 24시간 이내 취소 환불시 100% 환불을 해주고, 비행기를 놓쳤을 때도 여러 대안을 제시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여행사와 가장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사는 ‘대행업체’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한 책임은 항공사보다 현저히 낮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온라인 여행사, 이용하는 이유는?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용자들은 공통적으로 “예매가 쉽고 여행 일정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이용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변수가 많은 여행상품에 대한 모든 부담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여행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예매했던 항공권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항공사 규정에 따른 수수료 부과'라는 문구로 혼란을 겪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행사 사이트나 여행 플랫폼에 게재된 ‘취소 수수료는 항공사 규정을 따른다’는 규정은 항공사에서 공지한 항공권 취소 규정과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지만 이에 대해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본  

온라인 여행사의 환불 관련 소비자 민원은 노랑풍선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월 21일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트립닷컴의 항공권 불공정 환불에 관하여 고발합니다’ 게시글은 조회수 9709를 기록했다. 작성자는 트립닷컴에 여권과 상이한 영문 이름을 기재해 수정을 요청했지만 취소 후 재구매해야 된다는 안내를 받고 29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부담했다. 작성자는 3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유효기간 6개월 바우처로 환불받았다. 사전에 안내받지 못한 조치였다. 또 이름 수정 요청이 반영되지 않아 바우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름 수정을 위해 추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카드 프리비아 여행’에서 항공권을 예약한 A씨는 24시간도 안 돼 취소했으나 취소 수수료로 15만원을 부담했다. 같은 일정으로 항공사에서 직접 예매한 지인은 항공사 규정에 따라 수수료가 면제된 것과 대비됐다. A씨는 프리비아 여행 측에 본인도 수수료를 면제해 달라 요청했지만, 상담사는 “약관에는 항공사에 지급해야 할 취소 수수료 규정을 고지하지 않는다”는 등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놨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들이 반복되는 기장 큰 이유는 저비용 항공사와 온라인 여행사의 본사가 해외에 있어 안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보다 외항사에 대한 민원 제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외항사는 우리나라의 법적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외항사에 취소·환불 문의를 해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예약 및 응대만 진행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외항사 항공권  취소 및 환불시 현금이 아닌 바우처로 환급받는 것 또한 외항사의 규정이다. 사전 안내 없이 항공사 바우처로 환불받았다는 민원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여행사에 좌석을 판 것이라 여행사가 그 좌석을 호텔과 패키지로 묶어 팔든 어떻든 그 권한은 여행사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과 여행 상품을 구매할 때는 여행사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여행사가 안내하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꼼꼼하게 취소와 환불 규정에 대해 알아보고 구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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