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경쟁사의 최고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농협금융지주의 회장직을 수행한 손병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달부터 KB국민은행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은행권에서는 경쟁사의 CEO를 금융과 경영 분야에 모두 전문성을 갖춘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한다.
10일 KB국민은행은 전날 개최된 제5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손병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손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 미래경영연구소장, NH농협금융 사업전략부문장, 경영기획부문장, NH농협은행장 등을 거쳐 NH농협금융 회장을 지난해 말까지 역임했다. 당초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되면서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경쟁사 CEO를 영입하는 것은 한 동안 불문율로 작용해 왔다. 관례를 깨고 파격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인물이 윤종규 KB금융 회장이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던 2015년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최영휘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최 전 사장은 신한은행의 창립멤버로, 당시 은행권에서는 이를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했다.
KB금융은 뒤이어 국내 첫 여성은행장인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영입에도 성공했다. 권 전 행장은 은행장 시절 대통령에게 “이런 전향적인 마인드를 갖고 창조적인 기업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 다른 많은 분도 이 여성 은행장을 좀 본받으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은행장으로서 능력을 입증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KB의 경쟁사 CEO 영입 전략은 최근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6년간 씨티은행장을 역임한 박진회 전 행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그는 1984년 한국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한 후 자금담당본부장, 한미은행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거친 정통 은행맨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KB국민은행장을 역임한 이건호 전 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금융권에서는 경쟁사 CEO를 두고 최고의 사외이사 인재로 평가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사외이사 모시기가 굉장히 어렵다.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 풀(POOL)이 넓지 않다”며 “은행이나 지주 CEO의 경우 금융 분야 전문성이 누구 보다 높고, 경영 측면에서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모실 수만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민간 금융사는 CEO가 퇴직할 경우 고문 등의 자리를 제공하는데 이번 영입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