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가 지난 10일 폐쇄, 뱅크런으로 인한 파산까지 일어나면서 전 세계 금융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여기에 불과 2일만에 또 다른 미국 은행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되면서 연쇄 부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은행이 파산할 경우 기존 고객들이 맡겨놓은 예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불투명해지는데, 한국에서는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해준다. 다만 국내 예금자보호한도가 해외 대비 너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이번 SVB사태를 기점으로 보호한도 상향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국은 SVB를 폐쇄 조치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통제하에 두기로 했다.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된 FDIC는 ‘산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 법인을 세운 후 SVB의 기존 예금을 이전, 보유자산 매각하기로 했다.
SVB가 파산하면서 SVC에 예금을 맡겨놓은 고객들은 돈을 되찾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SVB의 총 예금의 86%가 미국의 예금자 보호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 정부가 나서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즉시 전액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SVB와 같은 위기가 닥칠 수 있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해주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예금자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금자보험 제도는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평소에 은행으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한 기금을 통해 금융기관 대신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예금자보호 보장 한도는 1인당 5000만원(원금 및 이자 포함)으로,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3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해외의 유사한 제도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SVB 사태가 발생한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유럽(EU)은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1억3500만원)이며, 이웃나라인 일본도 한국보다 약 2배 높은 1000만엔(9800만원)으로 차이가 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위한 논의 및 법안 발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먼저 지난 2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금자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금융 업종별로 보험금 한도를 차등하여 조정하도록 하는 단서규정도 추가헀다.
또한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계류 중인 법안을 논의할 예정인데, 심사가 들어간 법안 중에는 ‘주기적 재검토’ 내용이 포함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8월까지 예금자 보호 제도의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와 예보는 외부 연구용역과 민관합동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현행 예금자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시 금융시장과 각 금융기관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예보에서는 예금자보호 한도와 관련한 자세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유재훈 사장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예보 입장에서 예금보험 한도를 올려야 하는지 낮춰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없다”며 “TF에서는 계산값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논의할 때 쓸 수 있는 계산 공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논의 시 이러한 숫자와 계산 산식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