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목표를 두고 일관된 행보를 보여온 연준 앞에 실리콘벨리(SVB) 파산으로 금융 안정 문제가 발생한 영향이다. 여기에 파월 의장을 향한 책임론까지 제기되자 증권가에서는 3월 금리인상 한계를 0.25%p(포인트)로 내다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준이 오는 2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FOMC 3월 정례회의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에 종료된다. 미국의 현행 정책금리는 4.5~4.75%다.
연준이 제시한 통화정책 방향의 기본 방침은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 0.25%에서 올해 2월 4.75%까지 계속해서 인상해 왔다.
특히 파월 의장은 8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 청문회에서 연말 최종 금리 수준과 관련해 “나와 동료들이 새로운 전망을 3월 22일 발표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다시피 현재까지 자료는 궁극적인 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매파적 발언을 내놓았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을 두고 3월 FOMC에서 0.50%p 인상론이 힘을 받았고, 이와 연계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미 연준의 빅스텝(0.50%p 인상) 전망은 현재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유동성 위기를 맞이한 SVB뱅크와 암호화폐를 취급했던 실버게이트뱅크가 파산하고, 미국 내 여타 중소형 은행들도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두고 무리한 금리인상의 결과라는 책임론까지 파월 의장을 향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결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가파른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0.25%p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상승률은 전월 대비 감소했지만 3개월 연속 6%대 높은 상승률이 유지되고 있다.
IBK투자증권 권기중 연구원은 “시장 내러티브가 ‘물가’에서 ‘금융 안정’으로 어느 정도 넘어간 시점에서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강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전문가 서베이는 0.25%p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듯 반영하고 있어 연준 역시 최소 25bp 인상까지는 할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책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연준의 FOMC를 앞두고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현재의 위기를 촉발한 근본적 원인인 연준의 3월 FOMC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이번 주 변동성을 수시로 자극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물가 안정에 주력했지만 이번 사태로 금융 안정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에 따라 향후 긴축 경로를 놓고 시장의 전망이 수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관련 언급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