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주문에 은행권 “대출 줄일 수 있다” 엄포

자본확충 주문에 은행권 “대출 줄일 수 있다” 엄포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추진
은행권 “자본확충 위해 대출 축소 불가피”
금융당국 “대출축소 사례 찾아보기 어려워”

기사승인 2023-03-21 06:00:31
쿠키뉴스DB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 자본확충을 주문했는데 역효과로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
(은행 관계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요구에 대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당국은 은행들이 실제 대출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에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와 함께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실리콘벨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은행의 자본확충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2~3분기 중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이 경색되는 상황을 대비해 신용팽창기에 은행이 의무적으로 0~2.5% 추가자본을 적립하는 제도다. 여기에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에도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자본확충 주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대출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규제비율 준수를 위해서는 자본비율을 떨어트리는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필수적이고, 대출이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고려해 은행 내부에서도 추가 자본 적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국의 자본확충 주문에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의 주문은 결국 위험가중자산을 줄여가면서 건전성 관리를 하라는 것으로 위험가중자산 축소에 따라 대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국내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증분석한 결과 은행에 대한 규제자본비율이 1%p 상승하면 전체 대출 증가율이 1.8%p 하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업대출 증가율이 1.3%p 하락하며 가계대출 대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관계자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규제비율 준수를 위해 위험가중자산 축소에 나설 경우 대출 공급, 특히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중기들의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을 축소하는 것이 맞는지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러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 이미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적용하고 있고, 자본 부과에 따라 대출이 줄어든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축소는 장기적으로 은행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해외 사례를 찾아봐도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에 따라 실제 대출이 줄어드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규제에 과민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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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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