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선택은 ‘베이비스텝’…한국은행의 ‘딜레마’

연준의 선택은 ‘베이비스텝’…한국은행의 ‘딜레마’

한-미 기준금리 차이 1.5%p ‘역대 최대’ 기록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대 기록하면 동결 ‘유력’

기사승인 2023-03-24 06:00:2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EPA,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탭’을 단행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의 시장 전망치인 0.5%p보다 낮은 수치에 한국 금융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또 다시 벌어지면서 역대 최대치인 1.5%p를 기록하게 됐다.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으로선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둔화’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만큼 금리 안정화가 필요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감안하면 마냥 동결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p 높은 4.75~5.00%로 인상했다.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가 올라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꾸준히 기준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매파’ 발언을 연이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이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의 이유로 거론되면서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 내지 인하 필요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p 인상에 그치게 됐지만,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1.50%p로 벌어지게 됐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더 커질 경우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원화 약세와 외국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보다 더 나쁜 국내 경제상황을 비롯해 물가상승률마저 떨어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지표들을 보면 이는 더 뚜렷해진다. 수출 감소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하다. 또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4%대(4.8%)로 떨어지면서 한은이 바라보고 있는 ‘안정권’ 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또한 한은 금통위원들 상당수는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대다수가 향후 물가와 성장 추이,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 금통위원은 “주요국의 추가적 긴축에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와 성장 추이,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신중히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후 간담회에서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 예상 경로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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