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접어든 상황 속 지난해까지 최대 실적을 잇달아 갱신해왔던 금융사들이지만 올해부터는 점차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년 BNK, JB, DGB 3개 지방금융지주들은 어려운 상황 속 대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쿠키뉴스는 지방금융 특집을 통해 각 지방금융지주들이 맞이한 변화와 전망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정식 선임된 빈대인 BNK금융 회장, 인사개편 ‘완료’
금융권에 따르면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은 17일부로 정식 취임하고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BNK금융은 김지완 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약 4개월간의 회장 ‘공백기’를 거쳐왔다.
해당 기간 BNK금융은 국회와 금융당국으로부터 견제와 자정 능력을 떨어뜨리는 회장의 ‘경영 사유화’를 위한 폐쇄적인 지배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BNK금융은 기존 내부승계 규정까지 변경하고 차기 회장 선임에 외부 인사까지 포함 하면서 정치적 외풍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빈대인 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논란이 종식됐다. 빈 회장이 조직 안정화에 강점을 가진 내부자인 동시에 내부승계 규정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외부 추천 인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빈 회장은 부산 동래원예고,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해 부산상고와 부산대로 대표되는 조직 내 계파 갈등에서도 자유로울뿐더러,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인사부장과 북부영업본부장, 경남영업본부장, 신금융사업본부장, 미래채널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3년6개월동안 부산은행장을 지낸 ‘내부출신’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처럼 ‘외풍’ 논란을 잠재운 빈 행장은 첫 행보로 ‘내부인사’를 단행했다. BNK투자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로운 대표이사로 교체 선임해 세대교체했다. BNK투자증권은 기존 김병영 대표이사의 유임으로 조직 안정을 도모했다.
부산은행장은 방성빈 전(前) 지주 전무가 선임됐고 경남은행장에는 예경탁 경남은행 부행장보, BNK캐피탈 대표이사는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또한 BNK자산운용 대표이사는 메리츠자산운용 배상환 전무, BNK신용정보 대표이사는 부산은행 강상길 부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지주 그룹브랜드전략부문 부사장에 하근철 전 국제금융센터 부원장, 그룹경영전략부문 전무에 강종훈 부산은행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그룹D-IT부문 상무에 김진한 경남은행 디지털금융본부 상무를 임명했다. 또한 지주 임원 8명이 물러나면서 사실상 새 얼굴로 전면 교체했다.
여기에 BNK금융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과 유연한 본부조직 운영을 위해 현재 자회사별로 운영 중인 그룹장 제도를 폐지하고 사업본부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항구 떠난 빈대인호, 원뱅크·리스크관리 등 과제 ‘산적’
첫 과제로 BNK금융 임원 인사를 끝낸 빈대인 회장과 BNK금융에게는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먼저 ‘원뱅크’ 체제 논의가 빈 회장 임기 내내 중요한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BNK금융 전신인 BS금융이 지난 2014년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서 각자 은행 체제를 약속한 뒤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투뱅크’ 체제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에서 2개 이상의 지방은행을 자회사로 보유한 지방은행지주가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현행법상 서로 다른 은행이 전산을 통합하거나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같은 방안이 거론됐다.
또한 금융당국에서도 은행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역사회-지방은행 따뜻한 동행 위한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통합)문제 의식은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며 “BNK 내부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되, 통합을 통해 비용 절감이나 운용 효율 측면에서 금감원이 도움을 줄 부분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경남은행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통합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올 1월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 선임 당시에도 BNK경남은행 노조는 각 후보들에게 ‘BNK경남은행 독립경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빈대인 회장도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빈 회장은 “조직과 지역 여론을 듣고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우호적이지 않은 영업환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도 빈 회장의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2023년 BNK금융의 경영목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NK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액은 8700억원이상으로 제시됐는데, 이는 지난해 초 목표로 삼았던 2022년 당기순이익 금액과 같은 수치다.
순이익 뿐 아니라 △총자산과 △ROA(총자산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주요 재무지표에 대한 계획도 전년 설정한 목표치와 흡사했다. 총자산의 경우 올해 목표치는 166조4000억원 내외로, 전년 초 설정한 규모(160조6000억원)보다 3.6% 높여 잡았다. ROA와 ROE는 각각 0.65%, 8.55%로 전년 목표치(ROA 0.68%, ROE 9.0%)보다 낮췄다. 지난해 실제 달성한 총자산은 159조8857억원, ROA와 ROE는 각각 0.64%, 8.44%로 목표치를 달성하진 못했다.
자산건전성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말 BNK금융의 NPL(부실채권)비율은 0.45%로 전분기대비 0.03%p 상승했다. 연체율 또한 전분기 대비 0.04%p 상승한 0.40%을 나타냈다.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1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에 대해 BNK금융 관계자는 “그룹 자산건전성 지표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지속적인 부실기업 감축 노력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룹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 비율도 219.32%로 전년 대비 39.24%p 증가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