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노조와 발전공기업 노조, 너머서울 공공요금팀이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안 보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31일 너머서울 등 연서명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는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 보류가 아닌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횡재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누진세 확대, 횡재세 도입, 에너지 대기업의 초과 이윤 회수로 에너지 민영화를 철회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SK, GS, 포스코 등 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에너지 대기업의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를 즉각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대기업이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을 조정해 가스공사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비쌀 때 단기계약 물량을 수입하게 만들어 국민이 부담해야 할 천연가스 비용을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이들이 급등한 국제유가를 반영해 높은 가격에 정제제품 등을 판매하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 또 원가 미만의 낮은 전기로 정제시설을 가동하며 영업이익을 극대화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현 위원장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과 가스공사의 미수금 증가, 전기요금 인상과 한전의 적자 증가가 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민자발전사가 폭리를 취하는 행태 속에 하나의 고리로 엮여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전력이 민자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상승해 한전의 적자를 증가시키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키운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임씨도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 정책 실효성을 비판했다. 재씨는 “정부가 올해 초 한시적으로 에너지 바우처 금액 인상안에 대해 발표했지만 충분하지 못하다”며 “수급자 중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등이 포함된 가구에 한해 지급된다”고 했다. 만약 수급 가구의 5살 아이가 해가 지나 6살이 되면 에너지 바우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재씨는 “윤정부는 지난해 대비 올해 에너지 복지 예산을 약 400억원 삭감하고, 지원 대상도 117만 가구에서 85만 가구로 축소했다”며 “에너지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하면서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빈곤사회연대가 지난해 2월~4월간 조사한 가계부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 가구의 월평균 연료비·난방비 지출은 약 2만6000원이었다. 반면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평균 연료비는 15만4000원을 기록했다. 에너지 요금이 추가로 인상되면 이러한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2022년 동안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4사는 원가 이하 전기요금 감면으로 3740억여원의 전기료 혜택을 누리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국내 정유4사는 2021년 SK에너지가 kWh당 93.99원, 현대오일뱅크 95.18원, GS칼텍스 96.83원, S-OIL 93.59원(에쓰오일)의 단가로 전력을 사용했고 올해에는 kWh당 SK에너지가 97.18원, 현대오일뱅크 98.62원, GS칼텍스 101.18원, S-OIL 97.19원의 낮은 단가로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며 3740억여원 이상의 혜택을 누린 셈이다.
지난 5년간 한국 10대 대기업이 전기료 감면 혜택을 받은 금액만 4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년간 에너지 바우처 집행액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누구도 끼니와 난방 중 하나를 선택할 일이 없어야 한다”며 “민자발전사들의 초과이윤 통제 및 사용량에 책임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요금을 인상하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용 보조와 요금 통제는 에너지 위기, 기후위기 시대에 올바른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민들도 체감하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
기자회견장 인근인 남영역에 거주하는 최순자(88)씨는 자녀들에게 생활비를 받으며 혼자 살고 있다. 최씨는 지난밤 전기요금을 아끼려 불을 켜지 않고 화장실에 가다 크게 다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난방비가 걱정돼 낮에는 불도 켜지 않는다”며 “자식들이 돈을 보내주더라도 난방비 부담은 똑같을 것 같아 안 쓰고 아끼는 중”이라고 답했다.
서울에서 홀로 자취하는 취준생 한수겸(26)씨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있는데, 벌이가 없는 취준생 입장에서 전기·난방 요금 인상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요금을 아끼기 위해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는 카페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이어 “취업도 어려운데, 돈 나갈 일이 늘어나니 취준생들이 설 곳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선희(37)는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에 대해 “올리면 어쩔 수 없지만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커피만 파는 카페보다 빵을 함께 파는 베이커리의 경우 가스 사용량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대비 40% 오른 고지서를 받았는데 추가로 요금이 오르면 베이커리류 판매는 힘들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