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 LG유플러스 신축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특고압선(15만4000볼트) 지중화 공사가 중단됐다. 시민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특고압선 매설 깊이를 두고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안양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인 3일 LG유플러스에 지중화 관련 공사 중지를 통보했다. 일부 공사 구간이 설계와 달리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중화 후 도로를 복구할 때 표준 단면에는 아스콘과 혼합골재(모래·자갈·흙 등)가 일정 두께로 깔려야 한다.
특고압선 지중화 공사가 이뤄진 안양시 만안구 A 아파트 앞의 한 도로. 지난달 30일 경기도건설본부가 시료 채취한 결과, 아스콘층이 24㎝, 혼합골재층이 33㎝로 확인됐다. 이는 만안구에서 정한 기준과 다르다. 아스콘층은 기준(15㎝)을 넘겼으나, 혼합골재층은 기준(40㎝)에서 7㎝ 모자랐다.
도로 포장이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침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토목업계 관계자는 “코어(중심) 역할을 하는 혼합골재층이 기준보다 얇게 깔리면 완충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온차가 큰 여름·겨울을 지나며 도로가 부풀어 오르거나 주저앉는 등 파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안양시는 지중화 공사 구간에 대한 전수 조사를 계획 중이다. 서안양변전소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시내 7㎞ 구간 지하에 특고압선이 깔렸다. 다른 구간 공사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시는 사단법인 한국도로학회에 의뢰해 전수조사 방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전 구간의 재시공이 필요한지, 통행과 안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논의에서 매설 심도 논란은 제외된다. 안양시는 매설 심도에 대해 “변동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특고압선 매설 심도 기준은 지하 1m, 예외적인 경우 60㎝다.
시민 의견은 다르다. 특고압선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공사 중지된 데이터센터 특고압선의 매설 깊이는 1~2m다. 얕게는 69㎝ 깊이로 묻힌 구간도 있다. 지중화 공사가 중지된 현시점에서 특고압선의 매설 깊이 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고압선로 지중화공사 반대를 위한 안양 시민모임 대표는 “가장 바라는 것은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가 취소돼 특고압선이 거주지 인근에 묻히지 않는 것”이라면서 “어렵다면 특고압선을 30m 아래로 깊이 묻거나 선로를 다른 방향으로 우회하는 방향으로라도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조사 결과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행정명령 등 정부기관의 요청에 따르겠다”며 “지역주민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번 공사 중지는 지중화 구간에 한해 이뤄진다. 데이터센터는 오는 7월 준공을 목표로 신축이 진행 중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