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오너 3세 공동 경영 시작… ‘승계’ 본격화

일양약품, 오너 3세 공동 경영 시작… ‘승계’ 본격화

정유석 사장, 김동연 부회장과 함께 경영 주도
구체적 경영 방식·방향은 논의 중

기사승인 2023-04-04 17:41:10
일양약품 공장.   본사 홈페이지

일양약품이 오너 3세인 정유석 부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시작으로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다. 

3일 일양약품에 따르면 정유석 전 부사장(47)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김동연 전 사장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일양약품은 두 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정유석 신임 대표는 1976년생으로 창업주 고 정형식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12년 해외사업·마케팅 본부장,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천천히 승계 과정을 밟아왔다. 

갑작스런 승진 발표…정 대표 지분 확대·김 부회장 연임 가능성 등 연관

이번 승진은 갑작스럽게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 대표는 사내이사 재선임 건으로 등장했지만, 일주일만인 4월 초 사장으로 승진한다는 인사가 발표됐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 부회장의 임기가 오는 2025년 3월 만료될 예정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내부 관계자마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4월 초 갑자기 승진 소식이 나왔다”며 “내부에서 새로운 대표이사의 역할에 대해 논의 중이며, 조만간 경영 방향 등에 대한 입장이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시기와 상관없이 정 대표가 승계 받을 것이란 사실은 일찍이 예상된 일이다. 특히 정 대표는 2021년 32차례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3.68%에서 4.08%로 끌어올린 적이 있다. 최대주주인 정 회장(21.84%) 다음으로 높은 지분율이다. 정 대표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지분 확대를 한 만큼 본격적 승계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있었다. 

또한 정 대표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이자 일양약품 자회사인 칸테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10년 감사로 시작해 2015년 대표 자리까지 올랐고, 이를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일양약품의 자회사 중 가장 작은 규모지만 정 대표는 회사의 매출을 2018년 74억원에서 2021년 100억원대까지 끌어올렸다.

한편으로는 김 부회장의 나이와 연임 횟수를 감안했을 때, 이번 정 대표의 승진 타이밍은 적절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 71세 노장으로 6연임하며 16년째 CEO 자리를 이어왔다. 제약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연임 기록이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이 또 다시 연임할 확률은 적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또한 정 대표 역시 40대 후반 적지 않은 나이로, 16년 동안 근무한 이력을 생각하면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고려될 시기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관련 주가조작 의혹으로 인해 회사가 완전히 안정화된 상태가 아닌 점 등을 두고 공동 경영체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정 대표가 경영권 입지를 확보했다”면서 “사내이사로 재선임한 김에 대표이사까지 올린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일양약품도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경영 체제로 들어선 것”이라며 “정 대표는 부사장일 때부터 김 부회장에게 경영 수업을 받아왔고, 이번에 공동으로 경영하면서 마지막 경영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매출 호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주가조작 이슈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안정기에 들어설 때까지는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양약품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838억원, 영업이익 40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실적으로는 신기록이다. 순부채도 절반 이상 줄었다. 자체 개발한 위궤양약 ‘놀텍’의 매출 증가에 따른 결과다.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 부회장은 “놀텍, 슈펙트, 백신을 주축으로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며, 균형적인 발전과 함께 지속적인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고부가가치 품목을 육성·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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