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마약 음료’ 제조‧유통 지시 2명 확인

중국서 ‘마약 음료’ 제조‧유통 지시 2명 확인

기사승인 2023-04-10 10:53:35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 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강남구 일대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총책 2명이 중국에서 머물며 범행을 꾸민 것으로 보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중국 배후 조직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길모 씨에게 마약 음료 제조를 지시한 한국 국적의 20대 이모씨와 현지에서 범행에 가담한 중국 국적 30대 박모씨를 윗선으로 특정했다.

이씨는 국내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한 전력이 있으며 지난해 10월 출국해 중국에서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출입국당국에는 입국 시 통보를, 중국 공안에는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시중에 유통됐다가 수거된 마약 음료 감식과 중국에서 건너온 빈병의 배송경로 추적 결과, 이들이 길씨 등 국내 공범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마약 음료 제조용 빈병을 보낸 정황을 확인했다. 길씨는 원주시의 한 주택가에서 마약을 우유 등 음료에 섞어 필로폰 음료를 제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씨는 지난 7일 마약 음료를 제조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 이씨 지시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 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보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시음행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광고 글의 IP(인터넷주소)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카카오톡 아이디, 이들에게 일당을 지급한 금융계좌,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길씨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인물 등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이씨 등 연루된 인물 상당수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직·간접 연결된 점, 협박전화 발신지가 중국인 점 등을 토대로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을 동원해 피싱 사기를 벌인 신종 범죄로 보고 있다.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김씨는 “길씨와 모르는 사이이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이는 것으로 알았다”며 마약 음료와 연관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범행이 점조직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씨 등 중국에 체류하는 일당의 소재 파악과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약 음료를 나눠주며 수집한 부모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가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자녀가 가져온 마약 음료를 나눠 마신 학부모 1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마약 음료 공급책 길씨와 중계기를 이용해 학부모 협박용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준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체포된 김모 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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