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영향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대출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9조9000억원으로, 전월대비 7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 11월까지 감소세를 기록하다 12월 3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올해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가계대출 세부사항을 보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247조8000억원)이 2조9000억원 축소됐다. 2021년 12월(-2조2000억원) 이후 16개월 연속 감소다. 반대로 주택담보대출은 2조3000억원 증가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4조6000억원가량 증가한 영향이다. 전세자금 대출은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원 이상(2조3000억원) 감소했다. 전셋값은 떨어진 데다 월세 전환도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주담대 증가의 요인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윤옥자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세자금 수요 감소가 이어졌지만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 특례보금자리론 실행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은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한 1189조3000억원으로 집계돼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월(5조2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3월 증감액 기준 세 번째로 큰 수치다.
기업대출을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은 1000억원 증가한 22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9000억원) 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중소기업대출은 5조8000억원 증가한 96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4조3000억원) 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1조원 증가한 44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은 2조2000억원 순발행을 기록했지만 계졀요인과 금리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순발행 규모는 축소됐다. CP·단기사채는 분기말 계절요인, 일부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 등의 영향으로 3000억원 순상환을 유지했다.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17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원 줄어들었다. 특히 정기예금은 가계 자금 유입에도 법인자금이 유출되면서 8조8000억원 감소 전환했다. 윤 차장은 “지난해 높은 금리로 정기예금에 들어온 법인자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현재 정기예금 금리에 큰 메리트(이점)가 없다는 인식에 따라 법인들이 자금을 다시 유치하지 않고 빼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지자체 자금이 재정집행 등으로 유출됐으나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 배당금 지급 등을 위한 기업 자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12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외에도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11조6000억원 급감했으며, 법인의 분기 말 자금 수요, 재정집행에 따른 국고 여유자금 인출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10조9000억원 줄었고,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에서도 각 2조6000억원, 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