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중장기 목표인 2% 수준으로 수렴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과도하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2020년 3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하는 등 저금리 정책을 펼쳐왔고, 이에 따라 0.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는 1년6개월간 지속됐다. 시간이 지나 2021년 8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고금리 시대의 서막을 알렸고,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는 꾸준히 오르며 3.50%까지 인상됐다.
하지만 지난 2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3월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일어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가 흔들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은행 금통위가 이번에 결정한 기준금리 동결도 국내 경기와 금융시스템 불안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 여파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전환했고, 올해 1분기 반등도 장담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금리 인상만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최근 다소 안정된 물가 상황도 기준금리 동결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전년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상승률이 2월(4.8%)보다 0.6%p 내려갔고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월7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의 경우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실제 물가 흐름이 예상치에 부합하다 보니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할 요인도 사라졌다.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동결을 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아직까지 고려할 단계가 아니며, 물가 불안 요인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대다수의 금통위원은 시장에서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올해 하반기 물가 불안 요인이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중장기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 까지 금리 인하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총재는 “하반기에는 유가 등 불확실성이 많아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하향 조정할 것이란 예고도 남겼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상반기까지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으며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 불확실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