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엄벌주의’ 방점… “소송·맞학폭 늘어날 것” 우려도

학교폭력 ‘엄벌주의’ 방점… “소송·맞학폭 늘어날 것” 우려도

초·중학교 학폭 더 많은데…대학 입시 반영 해법될까
교육단체 “처벌 강화 공감하지만 갈등 더 커질 것”

기사승인 2023-04-12 18:54:15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육부

12일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학폭) 근절 종합대책은 큰 틀에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두 가지 측면의 정책을 보강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폭 논란 여파로 ‘엄벌주의 강화’에 더욱 무게를 실은 모습이다. 하지만 교육현장과 전문가들은 처벌 만능주의를 둘러싼 우려 섞인 목소리를 쏟아낸다. 소송이 남발하는 부작용만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학폭 상담사 정승훈 스마트에듀빌더 대표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의 학폭 근절 대책에 대해 “알맹이가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대학 입시에 부모들이 얼마나 민감한데 이렇게(처벌 강화)까지 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소송을 걸며 학교는 난장판이 될 것”이라며 “요즘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고소해, 우리 아빠가 변호사야. 내가 도와줄게’란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 학폭 조치 기록 보존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 연장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끌고 갈 것이다. ‘너도 당해봐라’ 식의 맞학폭(학폭 학생이 피해학생을 역으로 신고하는 것)도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 조치 결정 이후에도 가해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및 행정소송 제기 건수는 2020년 480건에서 2021년 751건, 2022년 889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행정소송 제기 건수는 2020년 111건, 2021년 211건, 2022년 265건으로 늘었다. 

정 대표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 사안처럼 고등학교에서 학폭 건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비해 적다”고 말했다. 대입 반영 등으로 학폭 불이익 인심을 심는 것이 초·중 학폭 근절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란 입장이다. 

교육부

이날 교육단체들도 소송 증가, 갈등 유발 등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학생들의 관계나 정서적인 자극은 처벌이나 규칙 강화로 해결될 수 없다”며 “과도한 처벌은 피해 사실의 인지, 반성, 사과,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에 대한 노력을 자극하기보다 회피 전략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로 인해 학업이나 진로에 영향을 받으면, 그들은 학교와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잃고, 더 큰 범죄나 폭력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며 “결국 피해자들에게도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학폭 조치사항 학생부 보존기간 연장, 대입 반영 확대 등 이번 정부의 대책에 대해 “학폭 근절의 경각심을 높이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히 책임지는 차원에서 처벌강화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처벌 강화는 곧 학교·교원 대상 민원 소송 제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슷한 사안에 대해 시도마다 학교폭력위원회 처분 수위기 달라질 경우 갈등을 더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현장의 고충을 제대로 보호, 해소해주지 않는다면 교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학폭위 심의‧처분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를 보호하는 촘촘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번 개선 내용에는 ‘학생부 4년 보관’만을 제시했고 이 조치가 학폭 가해학생이 반성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의문”이라며 “가해학생이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시스템과 교육기관이 신설돼 이를 통해 재발 방지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다만 교총과 교사노조는 정부가 이번 학폭 근절 대책에서 피해학생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학폭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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