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당분간 연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식적인 여당의 요청이 있어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최근 기름값이 다시 오르면서 물가 부담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근 OPEC+(주요 산유국 모임)에서 감산 결정을 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다”며 “정부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오늘 여러 전문가, 여당에서 국민과 민생 부담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당분간 연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제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추 부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유류세 운영 방안에 대해 “국제유가가 높을 때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했는데, 4월 말까지 적용하기로 해 (다음 달 이후 운영 방향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주 중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국내 재정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최근 OPEC+(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에서 감산을 결정해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졌기에 그에 따른 민생 부담도 다시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시 소비자 부담↑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리터에 1631.1원으로 지난주보다 30.2원 올랐다.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29.8원 상승한 1710.1원으로 다시 1700원대로 올라섰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이달 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다시 기름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휘발유는 리터당 615원, 경유는 369원이 유류세로 부과되는데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면 두 유종은 리터당 약 200원 상승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제유가는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위기 등을 겪으며 한때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OPEC+의 감산 계획이 전해지면서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유가는 국제유가와 2주가량 시차를 두고 있어 후추 유류세 인하 폭까지 축소되면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 유류세 인하 연장, “세수 펑크 우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더라도 최근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진 것을 고려해 인하율을 일부 조정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휘발유·경유 인하 폭을 25%로 맞추거나 휘발유·경유 인하 폭을 15∼20%까지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이 지난해만 5조5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올해 세입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이 사실상 예정돼 있어 유류세 인하 조치를 폐지해 5조원 넘는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 부총리는 이러한 의견에 대해 “재정 상황도 봐야 하지만 민생이라는 문제가 한쪽에 늘 있다”며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수 상황과 관련해서는 “1분기에는 굉장히 녹록지 않았다”며 “한 해 동안 어떻게 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세수 부족이 심화하면 세입 경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는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부분이라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은 필요한 데 써야 하는데, 현재 경기가 어려워 세금을 걷거나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세금 지출 관리를 통해 지원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