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설화’로 당내 논란의 중심에 선 김재원·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의견이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보통 ‘성향이 다르다’고 불리지만 이번 논란에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23~24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징계에 대한 생각’을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5.6%가 ‘해야 함’, 18.0%가 ‘하지 말아야 함’이라고 답했다.
남녀 연령별로 살펴봤을 때 20대 남성은 78.0%, 20대 여성은 87.7%가 ‘해야 함’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문가는 본래 이들이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는 다르게 인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대남, 이대녀라는 말은 정치인들이 ‘지지자 갈라치기’를 위한 수단으로 삼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페미니즘의 경우 2030 세대가 일정 부분 견해를 달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현상, 사회적 가치나 규범 등에 대해서는 (20대 남녀가)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20대, 30대 청년들은 사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을 위주로 (교육을) 받았다”며 “본인들이 학교에서 배웠던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 등을 놓고 판단했을 때 두 최고위원에 대한 결론은 남자든 여자든 비슷하게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각각 다른 사안으로 논란에 섰는데 같은 문항으로 묶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각각 특성을 구분할 수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지도부와 관련 없는 독자적 행보를 한다든가, (역사적 해석에 대한) 일방적인 진술을 하는 등의 공통 특징을 갖고 얘기한 것이어서 묶어 물을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두 최고위원이 서로 ‘자기가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역사적 인식에 대해 깎아내리는 발언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조사 기관에서도 공통으로 묶어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각자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당이 어떤 징계 결과를 보일지 주목된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4·3 기념일은 격이 낮은 기념일이나 추모일”이라고 발언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7일에는 민주당을 ‘JMS’에 빗대어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을 빚었다. 제주 합동연설회가 있었던 지난 2월에는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라고 발언했다.
비판에 휩싸인 김 최고위원은 한 달 동안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자숙하겠다고 밝혀 현재 최고위원회 회의에 불참하는 등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20일 김 최고위원은 제주를 찾아 4·3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반면 태 최고위원은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그는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소신대로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당원들이 선택해줬기 때문”이라며 “엄한 곳에 구걸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태 최고위원은 ‘JMS 민주당’ 게시물 논란 당시 스스로 당 윤리위원회 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당 윤리위원회는 다음 달 1일 첫 회의를 열고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1호 징계’ 대상자로는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최고위원 중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