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반년에 걸쳐 범행을 계획했으나 피해자의 가상화폐 탈취는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등 5명을 강도살인 및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피해자 미행에 가담했다가 포기한 이모(24)씨는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자신이 일하는 성형외과에서 마취제 ‘졸피뎀’을 훔쳐 이경우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이경우의 아내 허모씨는 불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유상원, 황은희 부부의 가상화폐 투자 실패에서 비롯됐다. 주범 이경우는 금품을 노리고 이들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공범은 7명으로 늘었다.
유상원, 황은희 부부는 지난 2020년 10월쯤 피해자를 통해 P코인에 3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듬해 초 P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보자 피해자 A씨와 이들 부부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9월 A씨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에 따라 7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경우는 대학 동기인 황대한과 과거 배달대행업 운영 당시 직원이었던 연지호와 역할을 나눠 A씨를 감시·미행하며 범행을 계획했다. 특히 이들은 A씨와 일면식이 없는 황씨, 연씨가 범행하면 A씨가 실종 처리돼 수사망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대한·연지호는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5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A씨의 주거지 부근에서 그를 납치해 살해하고 다음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에 사용된 마취제는 간호조무사로 알려진 이경우의 아내 허씨가 지난해 12월 및 올해 3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몰래 빼내 이경우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검찰은 이경우와 유상원이 피해자가 살해된 이후 피해자 계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접속하려다 실패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들이 가상화폐를 가로채려 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달 4일 전담수사팀을 꾸려 범행 동기와 자금 흐름 등을 파악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전담수사팀은 경찰 송치 전부터 유씨 부부와 A씨 사이의 민·형사 판결문을 분석하는 한편, 이들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포렌식해 대화 내용과 인터넷 검색 내역 등을 전수 분석해 사건을 6개월 동안 준비된 계획범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경우가 유씨 부부에게 받은 7000만원을 추징하기 위해 이씨의 계좌·가상화폐거래소 계정 등에 대해 법원의 추징보전명령을 받아 집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 유족에게 범죄 피해자 구조금과 장례비 등 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