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게임정책학회 학회장이 한국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학회장은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게임 시나리오’ 수업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과거 대한민국 공공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 3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 e스포츠학회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 13일 숭실대학교 조만식기념관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이 학회장은 “4차 산업을 통해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며 “게임 산업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 산업은 정보, 의료, 교육, 서비스 산업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을 총칭하는 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1월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 산업 매출액은 20조 991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1.2% 증가한 수치로, 이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의 66.5%에 달한다.
이 교수는 “게임 산업은 이미 대중문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한국의 대표 문화 산업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한국 게임 산업은 2013년에만 잠깐 주춤했을 뿐,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의 점유율은 7.6%로, 미국(22%), 중국(20.4%), 일본(10.3%)에 이은 4위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 등의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붙으며 정부도 지원보단 규제에 초점을 맞춘다.
이 학회장은 “정부는 게임에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규제만 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행보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글로벌 순위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이 학회장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그는 “바다이야기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팽배하게 했다. 이제는 모두가 이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지난 2006년 아케이드성 도박 게임 ‘바다이야기’에서 촉발된 사건이다. 지나친 사행성으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고, 이 때부터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다. 이 사건은 현행 중인 게임산업법과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게임과 사행성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불필요하거나 엄격한 규제가 많아졌다. 업계 내에선 국내 게임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제도나 규제도 걸맞게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위메이드 2분기 프리뷰 미디어 간담회에서 P2E(플레이투언⋅돈 버는 게임) 게임을 규제하는 국내 정책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게임법에서 운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는 모두 사행으로 분류한다. 사행법보다 더 과한 규제가 게임법에 적용되고 있다”며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 방안들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학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게임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가 많은 중국조차도 게임 산업을 발전시킬 때는 아무런 제약 없이 알아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산업이 성장한 뒤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 그 결과 걸출한 기업들이 나올 수 있었다”며 “국가 차원에서 10년과 20년 뒤를 바라보고 게임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 학회장은 “게임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종합 산업”이라며 “이를 위한 인프라는 한국에 충분히 갖춰져 있다. 실업률이 높은 현대 사회에서 게임 산업을 키워나가는 것은 실업자 구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학회장은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과거 논문 작성 당시 와우 내 퀘스트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사냥하고 파괴하는 퀘스트를 ‘폭력성 퀘스트’, 심부름을 하거나 누군가를 도와주는 퀘스트를 ‘비폭력성 퀘스트’로 분류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 워크래프트에선 비폭력성 퀘스트가 폭력성 퀘스트보다 근소하지만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학회장은 “한국 게임에서는 스토리 라인이 연결되지 않은 채 폭력적인 부분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워크래프트는 폭력성과 비폭력성과 같은 사소한 부분도 모두 밸런싱을 맞추고 있었다. 게임 내 모든 요소들의 실핏줄이 연결돼 이용자에게 재미와 교훈을 모두 주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이 학회장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정치권과 게임사 모두가 공부해야 한다. 게임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기훈 기자 mis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