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화성 동탄신도시 오피스텔 전세 피해자들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도의 대책을 설명했다. 도는 피해자들과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지만 피해자들은 “큰 도움되는 내용은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8일 경기도는 이날 오후 12시 화성시 반송동 반석아트홀 강당에서 ‘찾아가는 전세피해자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경기도 전세 피해 대응 방안 설명 △경기도 전세 피해지원센터의 운영현황 및 지원 내용 △동탄 전세 피해자 의견 청취 및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의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2년 한시 특별법이 발표된 다음날 열려 특히 관심이 쏠렸다. 이날 동탄 전세 피해자 40~50명이 간담회를 찾았다. 대부분이 청년들이었다. 피해 지역은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과 가까워 2030대 직장인의 전세 거래가 활발한 지역이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전세 피해자를 위한 설명회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비공개 간담회로 변경됐다. 이계삼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현재 가진 제도들이 피해자들의 수요를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체제를 설명하고 부족한 사안에 대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고 중앙 정부와 협의하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회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간담회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불안은 지워지지 않았다. 간담회가 끝난 후에도 귀가하지 못하고 이날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장을 찾은 김성호 법률사무소 자산 대표변호사 곁에서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날 간담회를 찾은 전세 피해자 A씨는 “간담회를 들어도 결국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중요한 내용이 나올 것이란 얘기는 나왔지만 (피해 대책 관련) 확답을 받은 건 없어서 답답한 건 똑같다”며 “도움되는 내용은 없었다. 도 관계자 등이 함께하는 단톡방을 따로 만들어 앞으로 소통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세 사기 특별법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30대 전세 피해자 이모씨는 “깡통전세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며 “깡통전세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피해 지역은 전세 수요가 많은 곳이다. 전셋값이 비싸도 살 곳이 없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며 “공인중개사가 계약할 때 ‘깡통전세니까 잘 생각보라’라는 말도 없었다. 입주해서야 깡통전세라는 걸 알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전세 피해자 B씨도 “개정 내용을 보면 피해 대상 기준 등이 피해자 입장에서 좁게 느껴져 와닿지 않았다”며 “계약 기간이 많이 남은 경우에 해당이 안 되는 부분이 좀 많았다. 제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세피해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안타까운 피해자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사건과 같이 경매나 퇴거명령을 당했거나 이런 흐름이 예상되는 케이스와 동탄 사건과 같이 임대사업자가 주택보증금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통지하거나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인 케이스다. 동탄 피해자들도 경매로 넘어가면 퇴거 조치가 되고 소유권을 이전하면 취득세 및 무주택자 자격 상실 등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지만, 조직적 전세사기가 벌어진 미추홀구 사례와는 다른 유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실장 또한 이날 간담회에서 동탄 피해사례와 미추홀구 피해사례의 유형이 다르다면서 “현 정부가 고민을 했을 텐데 그 대안을 잘 찾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전세 피해자가) 봉착한 문제를 푸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하지만 동탄 전세 피해자들은 ‘전세 사기’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깡통전세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거래했다고 주장한다. 전세 피해자 C씨는 “중개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집주인이 오피스텔을 몇 채 가졌는지 물었었다. 그때 ‘개인 재산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 아마 몇 개 정도 있을 것 같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탄에서 전세 피해 사례가 발생한 오피스텔은 290여채로 추정된다. 오피스텔 250채를 보유한 부부에 이어 오피스텔 등 43채를 보유한 소유자 모두 공인중개사 이모씨가 임대차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중에 집주인을 만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전세 피해자 D씨는 “집주인이랑 전화도 어려웠다”며 “계약할 때도 공인중개사는 ‘몇 시간 있으면 물건 나간다. 계약금부터 넣어라. 원래 시세가 다 똑같으니 빨리 계약해라’며 거래를 하게 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는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공인중개사가 주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차인들에게 전혀 고지를 해준 적이 없다고 한다. 사기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2년 한시 특별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로 인정되는 경우 경매(공매 포함) 진행 유예 또는 정지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거주 주택의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이를 행사에 해당 주택을 낙찰받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 우선매수권을 넘길 수 있다. 또한 경매에 필요한 자금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고, 생계비와 신용대출도 지원된다. 다만 정부가 정한 6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특별법 적용을 받을 수 있어 기준이 까다롭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전세 사기로 보려면 집주인의 의도성이 중요한데 단순히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 및 갭투자 실패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