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하얀 석유 '리튬' 확보 전쟁 나선 기업들

21세기 하얀 석유 '리튬' 확보 전쟁 나선 기업들

'하얀 석유' 리튬 경쟁나선 국내 기업들...해외 직접 진출
수산화리튬, 중국산 비중 절대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중국 의존 낮추려면 음극재 사업 확대해야...환경도 고려

기사승인 2023-05-09 06:00:22
2023 인터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의 고에너지 밀도의 경량 ‘리튬황 배터리’.   사진=조은비 기자 

세계적으로 2차전지의 핵심 원자재 ‘리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2차전지를 만들기 위한 핵심 원자재로,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 어려운 데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상용화에 시동이 걸리면서 리튬의 몸값도 높아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리튬 매장국인 칠레처럼 리튬 국유화 선언이 어려워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해외에 직접 진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업체와 탄산리튬에 대한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에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중국 야화와와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모로코는 미국·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어서 IRA 조건 충족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SK온도 호주·칠레 리튬 업체와 잇따라 광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도 호주 광물업체에서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을 통해 리튬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25년부터 북미에서 연간 2만톤의 리튬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별 기업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급망 다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수입액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극재 제조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을 거의 전량 수입해 쓰는데 중국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21억6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90.3% 급증했다. 

연간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지난 2017년 1억3000만달러로 최초로 1억달러를 넘어섰는데,  2018년 2억3000만달러, 2019년 3억9000만달러, 2020년 4억4000만달러, 2021년 6억7000만달러, 2022년 36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에서 수산화리튬을 들여오는 데 쓴 돈은 32억3000만달러로 한화로는 약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만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1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올 한해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약 73억달러, 한화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리튬의 경우 ‘정제’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60%”라며 “2차전지 4대 핵심 소재 중 ‘흑연’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흑연 채굴량 130만톤 중 65.4%(85만톤)를 차지하는 데다 직접 정제까지 가능해 음극재에서 강세를 펼치고 있다. 

포스코그룹 배터리소재 풀 밸류체인 구조도. 포스코그룹 

국내에서도 음극재 사업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흑연 음극재를 양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천연흑연 음극재에 이어 인조흑연 음극재 사업을 키우고 있다. 포항에 연산 8000톤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을 운영 중인 포스코퓨처엠은  오는 2024년 하반기에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2단계 공장이 완성되면 연간 1만8000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기차 약 47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IRA 조건 충족을 위해 흑연 정제 자체를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SK온은 지난 3일 미국 웨스트워터 리소스(Westwater Resources, 이하 웨스트워터)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정제 자체를 미국 본토에서 가능하도록 음극재 개발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웨스트워터에서 정제한 흑연으로 만든 음극재를 SK온이 개발 중인 배터리에 적용하고, 그 성능을 함께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국내 빅3 배터리 업계의 전략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흑연 정체가 친환경적으로 이뤄지도록 다각화 노력을 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해외 공급망이 다각화될수록 중국 의존도 또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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