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압박에도 불가 방침을 고수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으로 인해 갈길 바쁜 국민의힘이 발목 잡힐 우려에 빠졌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 정지 1년 이상’ 중징계가 아니면 징계를 받더라도 두 최고위원의 직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징계위에 회부돼 징계 처분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당에 혼란을 방치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두 최고위원은 당 징계 결론 전 자진사퇴 압박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자진사퇴 여부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암묵적 태도를 통해 자진사퇴 불가 입장을 전하고 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전날 당 윤리위 출석 전 자진사퇴 의사를 묻는 취재진 질의에 “자진사퇴 할 것이었다면 윤리위에 오기 전에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날 오전에는 ”현 시점에서 (자진사퇴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전날 “지금은 윤리위원회 소명 요구에 충실히 소명하는 단계”라며 자진사퇴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두 최고위원이 당내 자진사퇴 요구에도 버티기에 나서면서 갈길 바쁜 국민의힘은 난관에 봉착했다. 국민적 여론에 비춰볼 때 두 사람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지만, 중징계가 아닌 이상 강제로 물러나게 할 수 없어 정상적인 당 운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징계 수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당분간 최고위원 2명이 공석인 채로 당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 궐위 시 전국위원회에서 새롭게 최고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고’인 때는 어떠한 충원 규정도 없다.
앞서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에게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릴 당시 궐위가 아닌 사고에 해당한다고 당이 판단했던 만큼 이번 징계 시에도 사고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당원권 정지’에만 해당해도 최고위원직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있다. 당 최고위원의 당원권이 정지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못할 상황이라면 당을 위해서라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논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징계 기간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든 1년이든 상관없이 당원권이 정지된 사람이 최고위원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만약 당헌 당규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공석을 유지한다면 당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중요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당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법관 출신인 전주혜 원내 대변인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 때도 궐위가 아닌 사고였다. 그래서 직무대행을 했던 것”이라며 “어떤 징계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당원권 정지가 된다면 두 최고위원이 직은 유지한 상태에서 징계 동안 권한 행사만을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내 혼란이 생길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혼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