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였던 5%보다 소폭 하회한 수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 연준의 물가 통제력에 대한 근거 부족으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각) 미 노동통계국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5.0%를 밑돌았다. 지난 2021년 4월에 집계된 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 비용을 제거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5%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다.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에너지 부문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5.1%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는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 반등을 반영해 0.6% 상승했다. 하반기 기저효과 약화, 국제유가 하락 폭 제한 등을 감안하면 물가 둔화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4월 CPI는 미 연준이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정책회의를 결정할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증권가에서는 4월 CPI에서 물가 둔화 흐름이 재확인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물가 둔화폭이 기대해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해 기대감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 흐름이 재확인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을 지지할 전망”이라며 “향후 주거 관련 물가 상승률 하락과 수요 측면 물가 상승압력 약화 등 물가 둔화 압력이 우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아직 더딘 서비스 물가 둔화세와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국제유가, 하반기 상품 물가 기저효과 약화 가능성 등으로 물가 상승세 둔화가 연내 금리 인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서비스 물가, 하반기에는 상품 물가 둔화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감안하면, 물가가 금리 인하를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시기는 빨라야 올해 4분기일 전망이다”고 평가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CPI 수치는 미 연준에게 오는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중단할 수 있는 여유를 줬다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근원 물가가 계속 정체기를 보이는 상황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하기엔 미 연준의 물가 통제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내다봤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