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국내 자금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전세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 이에 전세에 대한 관심과 함께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 다만 늘어나는 깡통전세·전세사기 피해로 전세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팽배하다. 정부가 피해 예방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16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주금공 보증서를 담보로 취급된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평균금리는 3.44~6.09%를 기록했다. 이는 3월 취급된 대출 보다 하단이 0.17%p, 상단이 0.09%p 하락한 금리다. 2월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더 두드러진다. 2월 평균 금리는 4.46~6.33%로 금리 하단이 4%대에 머물러 있다.
임차인이 2억원을 전세대출 받을 경우 금리 4.46%에서 2년간 총 납입 이자는 1781만원이다. 반면 최저금리가 3.44%로 인하되면 총 납입이자는 1374만원으로 407만원 줄어든다. 월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70만원대에서 50만원대로 하락한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전세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급감하던 전세대출도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다. 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월과 3월 각각 2조5000억원, 2조3000억원 감소했지만 4월에는 1조7000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전세거래 비중도 다시 증가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이 수도권 연립·다세대 실거래가격 신고자료를 바탕으로 전·월세 거래량 비중과 가격 변화에 대해 살펴본 결과 지난 4월 전세거래 비중은 62.7%, 월세거래 비중은 37.3%로 나타났다. 전년동월 대비 전세는 2.6%p 늘었고, 월세는 2.6%p 감소한 수치다.
깡통전세·전세사기 위험 사라졌나
대출금리 하락과 함께 위축된 전세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전세사기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의 다양한 대책 발표에도 전세보증금을 잃을 위험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세 차례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예방대책으로 △자가진단 앱 구축 △주택의 선순위 및 임대인 체납 정보 등 임차인의 정보 확인권 보장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전세피해 지원 차원에서 △소액임차인 범위 확대 △최우선변제금 상향 △전세피해 지원 센터 설치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에 대한 저리 긴급자금 대출 △긴급 거처 제공 △전세사기 처벌 강화 등의 방안을 꺼내 들었다.
다만 정부의 대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은 보증금 미반환의 다양한 원인과 양상에 대해 전세사기라는 매우 좁은 개념으로 접근한 한계가 있다”며 “깡통전세 문제 예방을 위해 세입자의 정보 접근성 향상이 필수적이지만, 정부는 실효성이 부족한 보여주기식 대책 발표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차인의 대항력이 익일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는 않고 표준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계약 당일 대출 금지’를 포함하는 방안은 임대인의 변제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세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역시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 한 상황이다.
전세보증금 제한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하락할 때 마다 반복되는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전세보증금을 집값의 일정 비율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준병 의원은 전세보증금을 주택 공시가격의 1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심상정 의원도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7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실제 보증금 제한 규제는 OECD 국가에서 현재 작동되고 있는 규제다. 독일, 덴마크 등 10개국에서는 월세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이 보증금의 상한이고, 4개국에서는 최대 6개월분의 임대료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보증금을 제한하고 있다.
이밖에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가입을 위한 보증금 요건을 주택가격의 70%(또는 공시가격의 100%) 미만으로 더 강화하고, 임대주택 소유자에게 적용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시 임차 가구의 보증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책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정부가 전세 지원 대신 월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세대출 대신 주거비 직접 지원을 강화하고, 전세임대주택 대신 월세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전세 중심의 주거지원을 월세에 대한 주거지원으로 이동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