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개미에 이어 최근 채권 개미가 늘어나고 있다. ‘주식 보다 채권투자’ 등의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주식이나 예금보다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채권투자 열풍을 이끌어 온 것은 한국전력 채권이다. 다만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한전채 투자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4월 한 달 채권 순매수는 4조2479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작성 이후 월별로는 사상 최고치다. 기존 최고 기록은 지난해 8월 3조3000억원 수준이다. 연초부터 이달 9일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총 13조6724억원으로 14조원에 육박한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는 지난해 말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에 채권 금리가 치솟으면서 본격화 됐다. 여기에 지난해 사실상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한전채가 32조원 가량 발행돼 시장의 유동성을 휩쓸어 갔다. 이는 여타 채권의 금리 상승을 견인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지난해 11월 발행된 한전채 발행금리는 5.99%까지도 치솟았다.
올해 들어 한전채 금리는 금리 고점을 지나 하락세다. 16일 발행된 4000억원 규모의 한전채 발행금리는 3.85%다. 지난해 말 발행금리 5.99%와 비교했을 때 상당 수준 내려간 것을 알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채 금리의 하락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kWh당 8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지난 1분기 13.1원 인상에 이어 2분기 연속 인상이다.
적자를 채권을 발행해 메우고 있던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채권 발행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높은 금리를 주고 채권을 발행할 압력도 줄어든다. 여기에 한전의 적자 요인으로 작용하던 LNG 가격 하락도 한전채의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이 이제 일부 정상화된 부분이 있다. 또한 LNG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 한전의 수익성이 3분기쯤 개선될 것으로 보여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면서 “수급 측면에서도 하반기 때 한전채 발행이 조금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전채 금리가 고점을 지났지만 투자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단 한전채 금리는 은행 예금 금리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은행 예금금리는 2~3%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첫 거래’ 등 여러 우대조건을 만족해야 3%대 후반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한전채 금리 추가 하락이 기대되는 만큼 채권 거래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금리가 떨어질수록 가격은 상승한다는 말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타이밍에서 한전채를 매수한다면 하반기 때 금리가 떨어질 경우 자본차익도 볼 수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투자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전의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을 반영하면 한전의 영업적자는 연간 약 2조5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의 올해 예상 적자 규모가 약 10조~11조원에 달하는 만큼 요금 인상에도 7조5000억~8조5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적 변수에 따라 요금 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