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없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정부 표준 있어야”

가이드라인 없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정부 표준 있어야”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방안에 대한 규정 부족
-성능검사 마친 폐배터리 민간매각업체로 보내져
-민간매각업체 vs 배터리제조업계 구도 가능성
- “소유자 및 재사용·재활용 가를 정부 기준 필요”

기사승인 2023-05-18 06:44:01
한국생산안전기술연구원 배터리 팩 테스트 장비.   사진=조은비 기자 

정부가 재활용업계의 전기차 폐기물량 확보 관련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방안 및 정비 마련에 대한 계획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지난 15일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지원을 위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유 차관은 전북 군산시의 2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 업체 성일하이텍을 방문해 “그간 관련 법령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발전 속도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번 달 내로 개선 기준을 사전 시행해 업계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본격 전기차 폐배터리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1년을 대비하는 움직임은 더딘 모습이다. 유 차관이 언급했다시피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을 위한 관련 관계부처의 규정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다.

현재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2021년 1월 1일 이전에 등록되고 구매 당시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를 폐차할 경우 반드시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 지자체에 반납된 폐배터리는 한국환경공단이 회수·재활용을 위해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전국 4개 권역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로 가져가 성능검사를 진행한다. 배터리 잔존용량(SOC)이 60% 이상이면 재사용, 60% 미만이면 재활용으로 구분한다. 성능검사를 마친 폐배터리는 전문 처리업체로 보내진다. 

성일하이텍은 “다양한 소싱처로부터 폐배터리를 수집하고 있다”며 “현재는 제조사로부터 발생하는 폐배터리 수집이 주요 업무이지만, 증가 추세를 반영해 수집 및 운반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파쇄하는 전처리, 중간제인 배터리파우터(양극재 물질 회수) 제조, 배터리 소재의 원료가 되는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배터리가 반드시 민간업체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전기차 안전 연구를 시행하는 기관에서도 전기차 폐배터리 입찰에 참여한다. 김우중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배터리의 등급에 따라 전기차 재제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 그렇지 않은 경우 소재(리튬, 코발트 등)단위로 재활용하고 있다”며 “배터리의 노후화에 따른 성능 저하, 그 외 발생되는 이상 및 고장 현상 등을 연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21년 1월 1일 이후에 등록돼 지자체에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전기차 폐배터리는 2031년부터 본격적으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 폐차하는 전기차의 폐배터리 소유권은 개인(차주)에게 있다.

폐배터리를 연구하는 박성용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본부장(상임이사)은 “현재는 전기차 폐배터리 사용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없는 단계”라며 “지자체 반납 의무가 사라진 이후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은 소유권이 폐차장 점주에게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배터리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확립이 필요한데 여기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폐배터리에 대한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가를 정부의 표준·기준이 없는 상태”라며 “향후 국내 빅3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소유권과 관련된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어 법적인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터리에 포함된 니켈과 리튬 등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과 재사용 단계를 나눌 기준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재활용 단계별로 표준을 제정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제도가 구체화하고 체계화되는 것에 따라 업계의 사업화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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