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내에 술을 마셔 물의를 일으킨 김광현(SSG 랜더스),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이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기자들 앞에 나서 일본 현지 술자리를 가져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는 본인이라고 밝히며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앞서 한 매체는 지난달 30일 “WBC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 선수들 중 일부가 본선 1라운드가 열린 기간에 유흥업소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표팀 선수 3명은 첫 경기인 호주전(3월 9일)이 열리기 하루 전날 밤부터 경기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일본전(3월 10일) 전날인 9일에도 술자리를 가졌다.
WBC 대표팀은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WBC 1라운드에서 호주전에서 7대 8로 패했고 이튿날 열린 일본전에서는 4대 13으로 대패했다. 이후 2연승을 거뒀으나 조 3위로 탈락했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대표팀이 결전을 앞두고 술을 마셨다는 보도에 여론이 들끓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31일 특정 선수들이 속한 3개 팀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나아가 국가대표 선수가 없었던 한화 이글스를 제외한 9개 팀에서 차출된 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도 사실 확인서를 쓰도록 했다. KBO의 조사 결과 김광현과 함께 정철원, 이용찬이 당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KBO에 따르면 해당 3인은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인 3월7일과 휴식일 전날인 3월10일에 스낵바에서 술을 마셨다고 인정했다. 매체가 주장한 경기 전날 밤에 출입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취재진 앞에 선 김광현은 “베테랑으로서 생각이 짧았다. 내 행동을 컨트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후회하고 있다. 나와 함께 연루된 후배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은 “관련 사실이 알려진 뒤 하루빨리 사과를 하고 싶었으나 다른 팀들의 상황을 봐야 했다. 오늘 뒤늦게 사과 드려 죄송하다”며 “국제대회 기간 중 생각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 대표팀뿐 아니라 소속팀의 모든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팬들께도 모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광현은 끝으로 “현재 KBO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 충실히 조사받고 나오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이날 1군 라인업에서 말소됐다.
이용찬과 정철원은 같은날 두산 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리는 창원NC파크에서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의 안산공고 후배인 정철원은 음주 사실을 공개하며 “너무 큰 실망을 끼쳤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일본전이 끝나고 술자리를 가졌다. 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으로 많은 분들이 실망하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 제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전이 끝나고 12시(자정)가 넘어가고 (김)광현이형과 둘이서 술자리를 가졌다. 그날 말고 다른 술자리는 없었다. 저한테는 거기가 식사자리였다. 김밥과 수제비, 떡볶이를 먹었다”라면서 “그냥 음식만 먹었어야 하는데 술을 먹은 건 정말 반성한다. 이후 2시반쯤에 자리를 떴다. 광현이형이 가자고 했든 제가 가자고 했든 잘못이다. 누가 가자고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용찬 역시 “대회 기간 중 휴식일(3월 11일) 전날 지인과 함께 도쿄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인근 주점으로 이동해 2시간가량 머무른 뒤 숙소로 귀가했다”라면서 “방문 장소는 (룸살롱이 아닌) 스낵바다. 동행한 지인과 자리를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용찬은 두 선수와 함께 술자리를 가지지 않고 지인과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유를 불문하고 국제대회 기간 음주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향후 KBO의 조사 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앞으로 프로 선수로서 더욱 신중히 행동하겠다. 팬 여러분들과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다시 한번 고개 숙였다.
한편 논란에 거론된 선수들은 여성 종업원과의 합석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