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신청을 인용한 대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시의회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 조례안의 성립을 전제로 한 조치를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례는 서울 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2일 시의회를 상대로 해당 조례가 관련법 위반이라며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법원에 낸 바 있다. 지난달 31일 대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조례는 본안판결이 있을 때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본안판결까지는 3~6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는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대법원의 인용결정 과정에 있어 반론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2일 밝혔다.
이어 “판결과 달리 결정에 있어서는 변론이 필수적 과정이 아님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 조례는 △백만이 넘는 서울의 아이들 및 선생님 등과 관련된 주요 사안이고 △시민의 대표기관의 민주적 의결절차를 거쳐 제정됐으며 △상대측인 서울시교육감에게 시일을 다툴만한 긴박한 사유가 있지 않음에도 대법원은 인용결정을 하면서 서울시의회에게는 의견 개진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집행정지 결정일인 31일은 서울시교육감이 낸 무효확인소송 소장을 서울시의회가 받은 날과 같은 날이어서 의회로서는 최소한의 항변권조차 전혀 갖지 못했다”면서 “신중하고 무겁게 판단해야 할 최고법원이 소장 등을 통해 한쪽 당사자의 의견만을 듣고, 다른 쪽 당사자에게는 말 한마디 메모 한 장의 진술 기회를 주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과연 상식에 부합하는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고법원의 법관들이 특정 성향 집단에 대해 관대하다는 시중의 말들이 장삼이사들의 푸념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재판부가 교육청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이번 인용결정을 한 대법원 특별1부는 주심 노태악 대법관과 박정화·김선수·오경미 대법관으로 구성됐다. 노태악 대법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으며, 최근 선관위 채용비리와 관련 사태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나머지 대법관들도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박정화), 국제인권법연구회(오미경), 민변(김선수) 출신이다.
서울시의회는 당분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서울 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기초학력평가 공개를 당분간 보류하고, 본안 소송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은 “의회는 본안판결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의결과 재의결을 통해 의회가 제정․공포한 ‘기초학력 보장 조례’의 유효성을 인정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서울시의회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공교육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염원에 응답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