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선수인 김선형과 오세근이 한 팀에서 뛰게 됐다. 아직 차기 시즌 개막까지 4개월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농구팬들의 가슴은 설레고 있다.
서울 SK 구단은 8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오세근과 김선형의 합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FA) 신분을 획득한 오세근은 지난 5월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7억5000만원(연봉 5억5000만원)의 조건에 SK로 이적했다.
오세근의 이적에 농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안양 KGC에 입단한 후 12년 동안 줄곧 빨간색 유니폼만 입었다. 구단의 4차례 우승에 크게 기여하며 KGC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오세근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SK 이적을 결정했다.
마이크를 잡은 오세근은 “많은 생각을 했다. 12년 동안 이뤘던 것을 놓고 온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새로운 팀에서 하고 싶은 도전 의식이 있었다”라며 “(허)일영이형, (김)선형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주위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이적을)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KGC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던 SK는 오세근을 영입하며 다음 시즌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2010년도에 중앙대 52연승 신화의 주역인 김선형과 오세근의 재회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오세근은 “선형이가 SK 이적을 결정하는 데 차지하는 부분이 있었다. 새로운 팀에서 운동하게 됐기에, 선형이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맞춰 가야한다”라면서 “또 선형이도 나에게 잘 맞춰줄 것 같다. 시너지 효과가 잘 나게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선형도 “속으로 오기를 정말 원했다. FA는 일생일대의 기회인 만큼 선수들에게 민감해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았다”라면서 “(오)세근이형이 사인을 처음에 빠르게 하지 않아 전화를 했다. 당시에 고민이 많아 보였다. 사인하기 전까지 마음을 졸이면서 ‘우리팀이랑 뛸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
오세근은 “선형이의 말로 계약서에 사인한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 좋았던 기억이 생각났다.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워낙 좋은 팀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이전에 있었던 팀이랑 비교해 좋았던 부분이 많아 보였다. 기대가 되는 부분이 많다. 앞으로 잘 해보겠다”고 부연했다.
두 선수는 중앙대 시절 합작한 52연승에 대한 추억도 회상했다.
오세근은 “즐거웠던 기억 밖에 없다. 연습이 정말 힘들었지만, 말도 안 되는 좋은 시너지가 났다. 주위에 여러 선수들이 잘해줬지만. 선형이랑 같이 하면서 늘 재밌게 농구를 했다. 이제 나이가 들긴 했지만 그때의 시너지를 내는게 우리의 임무고 목표”라 했다. 김선형 역시 “그때처럼 달리지는 못하겠지만 시너지는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시와 비교해 어느덧 13년 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대 초반이었던 선수들은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전주 KCC로 이적한 최준용은 기자회견에서 SK에 대해 ‘노인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김선형은 “우리 팀에는 정규리그 MVP, 파이널 MVP가 다 있다. 최근에 드라마 ‘더 글로리’를 봤는데 ‘언제까지 어려, 내년에도 어려!’라는 명대사가 있다. 5년같 같은 동료로 뛰었던 선수들을 ‘노인즈’라고 저격한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오세근은 “물론 추억만 회상하기엔 나이가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나이가 있지만 그런 걸 다 떠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부터 제대로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형과 오세근이 한 팀에 뛰게 되면서 SK는 차기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또한 최준용이 이적한 KCC도 강팀으로 언급되고 있다.
김선형은 “KCC와는 붙어 봐야 상성이 확인될 것 같다. KCC 말고도 수원 KT가 강해질 것 같다. 창원 LG도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팀들이 선의의 경쟁을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선형은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 “13년 만에 뭉친 만큼, 팬들과 함께 ‘낭만 농구’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다. 지난 시즌 MVP를 받으면서 나에 대한 기대치가 더 올라갔을 것이다. 부담이 없지 않았는데 세근이형이 오면서 부담이 살짝 줄었다. 세근이형은 우승했지만, 작년에 나는 반지를 끼지 못했다. 이번에는 반지를 같이 껴보도록 하겠다.
오세근 역시 “항상 부상 이슈가 있던 선수이기에, 지난 3년처럼 이번에도 큰 부상을 안 당하는게 첫 번째 목표다”라면서 “지금 당장 우승을 하겠다는 건 시기 상조 같으니, 좋은 성적으로 보답드리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오세근은 KGC팬들을 향해서도 “12년이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잘 할 때나 못할 때나 아플 때나, 항상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정말 잊지 못할 12년을 KGC에서 보냈다”고 했다. 이어 SK 팬들을 향해서도 “이제 SK로 왔기 때문에 다시 새 출발을 한다는 생각으로 나서겠다. 신인의 마음은 아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SK 팬들도 많은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드러냈다.
강남=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