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좌회전 감응신호 ‘유명무실’…“고장현황 공개불가”

[단독] 서울시 좌회전 감응신호 ‘유명무실’…“고장현황 공개불가”

-실시간 제어 방식 ‘좌회전 감응신호’ 제 기능 못해
-서울시 "고장 좌회전 감응기, 운영예산 공개불가"
-두 배 이상 좌회전 감응기 예산 증액에도 관리 부실

기사승인 2023-06-12 06:00:08
좌회전 감응 신호 인근에 그려진 파란색 네모 박스.   사진=조은비 기자 

서울시의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실시간 제어 방식인 ‘좌회전 감응신호’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장으로 감응기를 꺼놓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의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음에도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좌회전 감응신호는 차량이 적은 교차로에서 평소에는 직진 신호를 주고, 좌회전 차량이 진입할 때만 좌회전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서의 무의미한 직진멈춤을 없애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고자 도입됐다. 감응기가 설치된 곳에서 좌회전하기 위해서는 차가 도로 위에 그려진 파란색 네모 박스를 밟아야만 신호가 작동된다.

12일 쿠키뉴스가 취재한 결과 서울 시내에서 제기능을 못하는 좌회전 감응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신풍역과 문래자이아파트, 용산롯데캐슬에 설치된 좌회전 감응신호는 차량이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고 있었다. 신풍역 좌회전 감응신호는 약 38초마다 좌회전 신호가 들어왔고, 문래자이아파트 좌회전 감응신호는 51초마다 좌회전 신호가 작동했다.

작동이 안 되는 서울 신풍역 좌회전 감응기.   영상=장경호 기자

문제는 좌회전 감응기가 고장난 곳이 많아 서울 도로 곳곳에서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나 고장복구 등의 유지보수 현황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기준 서울에 설치된 좌회전 감응기는 135기로, 몇기의 감응기가 고장나거나 운영이 안 되고 있는지 전혀 알수가 없다. 서울시에서 관련 예산과 운영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신호운영 시스템을 통해 1초마다 데이터가 올라와 감응신호 단선, 고장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는 현장을 매일 찾고 있다”며 “단선이 확인되면 훼손 원인을 파악해 복구 비용 징수 후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키뉴스가 찾은 신풍역 좌회전 감응기의 경우 서울시는 취재 전까지 고장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상황은 전혀 다른 셈이다.

당초 ‘주변 공사로 인한 자연 훼손이 고장 원인'이라던 서울시는, 이후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확인해 보니 해당 지역은 단선이 아니라 임시 사용 해제가 된 지역”이라고 말을 바꿨다. 좌회전 감응기가 고장 난 지역이 더 있냐는 질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인건비를 포함한 설치비용에 대해서도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쿠키뉴스가 확인한 ‘서울시 2023 도시교통실 예산’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올해 두 배 이상 교통신호제어용 차량감지기 설치 보수 예산이 증액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에는 ‘좌회전 감응 검지기’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직진 신호를 제어하는 ‘앞막힘 제어 검지기’와 ‘AI영상기반 감지시스템’ 신규사업 예산도 포함돼 전체 예산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2023 도시교통실 예산 내역. 

서울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서울시 전체 좌화전 감응기 중 단선으로 인해 작동이 안 되는 곳은 135개소 중 25개소로 20%에 다다른다. 이밖에 이륜차 감응 불가 등으로 인해 감응을 해제한 곳은 올해만 3개소로 경찰청은 서울시 교통흐름 등을 고려해 향후 좌회전 감응기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현재 쿠키뉴스의 좌회전 감응기 관련 영상에는 좌회전 감응기 고장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의 의견이 다수 올라와 있다. ‘좌회전해야 하는데 유턴하는 차량때문에 신호가 안들어오거나 일찍 꺼져 불편했다’, ‘정지선을 내가 밟은건지 애매하고 앞차가 정지선 넘어서 대신 밟아주지도 못해 짜증이 나더라’, ‘주기적인 좌회전 신호가 더 효율적일 것’, ‘불편하다는 민원 많아 곧 사라질 듯 싶다’ 는 등의 의견이다.

13년째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최세일(63)씨는 “좌회전 감응신호 박스에 정차하지 않아도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운전시 좌회전 감응신호 표시를 봐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좌회전 감응신호 시범 사업으로 16개소에 영상 검지기를 설치하고 효과를 분석해 사업이 계속 지속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좌회전 감응기는 주민민원과 이륜차 감응 불가 등의 이유로 감응을 해제하더라도 시내 교통 흐름을 방해하거나 혼란을 초래하지 않는다”며 “시민들에게 자칫 좌회전 감응신호가 교통흐름의 방해요소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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