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도 벅차요”… 국민연금 개혁 보는 청년들의 불안한 시선

“당장도 벅차요”… 국민연금 개혁 보는 청년들의 불안한 시선

2030대 청년들 “선택할 수 있다면 국민연금 내고 싶지 않아”
양재진 교수 “베이비부머 은퇴 전 보험료 인상 논의 필요”

기사승인 2023-06-12 17:41:52
일자리박람회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민연금요? 그 돈으로 개인 투자를 하는 게 낫지 않나요?”

1990년생이 만 65세가 되는 2055년. 정부 추계에 따르면, 지금 상태로 32년이 흘렀을 때 국민연금 재정은 고갈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2030세대 청년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 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이 “국민연금만 실컷 납부하고 우리는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12일 쿠키뉴스가 만난 직장인 이민정(30)씨는 “‘유리 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 입장에서 국민연금 납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내고 싶지 않다”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지 않다. 돌려받을 예정 금액을 보면 (노후 자금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8)씨는 “부모님 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을 넣는다고 생각할 뿐, 저만 생각하면 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대신 직접 투자를 꿈꾸기도 한다. 직장인 임규성(35)씨는 “회사원 입장에서 세금이 늘어나는 것 같아 불만”이라며 “노후에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보험료율만 오르면 누가 좋아하나”라고 했다. 이어 “그 돈으로 연금저축펀드 넣거나 직접 투자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면서 “연금저축펀드로 연금 자산을 모으는 20대, 30대 초반 지인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2030에게 듣는다.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임지혜 기자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0에게 듣는다.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에서도 국민연금 개혁에 의구심을 품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이날 토론회는 청년들이 국민연금 개혁 관련 질문을 하면 좌장인 양재진 연세대학교 교수와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박사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20~30대 청년 6명은 대부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금 개혁에 공감하면서도, ‘더 내고 덜 받을 수 있다’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경우 2020년생은 1970년생에 비해 평생 받을 연금이 약 7944만원 더 적었다. 반면 평생 내야 하는 총 보험료액은 약 1255만원 더 많았다.

쏟아지는 국민연금 고갈 관련 보도에 청년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들은 재정 악화 상황, 즉 기금 고갈이 발생했을 때 구체적인 대응책이 있는지 가장 궁금해했다. 유 박사는 “기금이 소진돼 지급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어떻게 자금을 마련해나갈지 고갈 예측 시점의 30년 전부터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자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라며 “보험료율을 올리고 수급 연령을 높여 풀어가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1980~1990년대부터 해왔고, 한국보다 2배가량 더 높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50여년 뒤 국내총생산(GDP)의 9%가 국민연금 지출에 쓰일 거란 전망에 대해 유 박사는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급여 지출 수준은 올해 1.7%에서 기금 고갈 시점인 2050년경 6.3%, 2080년 이후 9%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유 박사는 “해외 주요국은 GDP 대비 10~12%를 연금 지출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0에게 듣는다.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에서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박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이어 유 박사는 “한국과 외국의 차이는 인구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라며 “다만 우리는 OECD, 유럽과 비교해 국민연금이 늦게 도입(1988년)됐다. 급여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인구구조까지 악화돼 이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초반엔 국민연금 고갈 공포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유 박사가 설명한 이후 양 교수는 청년 토론자들에게 “이제 안심하나”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한 청년은 “조금 안심했다”고 곧바로 답했다. 빠른 답변에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며 딱딱했던 토론회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관심은 미래의 연금 급여 수준으로 옮겨갔다. 현재의 보험료율을 유지하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데 많은 청년이 동의했다. 이채원(33·주부)씨는 “보험료율을 늘리면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기금 고갈을 앞뒀는데 (연금을) 받는 것보다 국민연금 자체가 길게 유지돼 안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당장 눈에 보이는 게 우선” “주식이나 예적금을 많이 알아보고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노후에) 조금 받더라도 현재 보험료율은 안 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청년들은 연령대별로 보험료를 차등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손윤희 보건복지부 청년보좌역은 “지금 청년들이 더 내야 하는 구조가 정답인가”라며 “국민연금 제도의 미성숙, 저출생, 노령 인구 급증 등을 고려하면 수급받기 직전인 분들이 조금 더 내고 바로 (연금을) 받는 구조로 기금을 운용하고 다음 세대들에게 넘겨줄 수도 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양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연금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기초연금·국민연금은 생산 연령 인구가 벌어서 노인들에게 가는 것인데, 이를 키우는 것은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내 주머니에 쌓아두는 적립형 연금을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국민연금은 평생 지급하는 연금, 물가가 반영되는 연금”이라며 “기본적으로 노후의 소득 안전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보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관련 몇 가지 방안도 나왔다. 양 교수는 “베이비부모 세대 은퇴 이전에 보험료 인상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보험료 상한 내 인상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 조정 및 노인 인구 일자리 확대 △기금 운용 수익 △국민연금 개혁 홍보 필요성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친 후 김 의원은 “지금 국민연금 가입자가 2000만명 정도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으면 더 큰 부담이 우리 청년들에게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가가 국민연금을 지급할 것이란 신뢰가 있으면 좋겠다”며 “청년들에게 이 같은 신뢰가 부족한 것 같다. 국민연금이 갖는 사회 연대 기능도 있다는 것, 우리가 같이 공적인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국회 연금특위에 반영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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