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사는 청년은 무슨 생각을 할까 [갓생에 진심②]

‘갓생’ 사는 청년은 무슨 생각을 할까 [갓생에 진심②]

“24시간 알차게 쓴다” 나 답게 사는 2030 직장인의 하루
직장인·외부 강사·작가·운동러 등 ‘N잡’하는 청년들

기사승인 2023-06-18 06:00:14
최해원씨는 매일 퇴근 후 운동을 하고 SNS에 운동피드를 올린다. 헬스, 필라테스, 자전거, 테니스 등을 즐기며 운동에 진심인 그는 지난 2017년 부터 바디프로필에 도전해 지금까지 7번의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본인 제공

최근 많은 청년들이 ‘갓생’(갓(God)+생(生),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이란 말을 달고 산다. 회사 생활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나다운 모습을 찾고 있는 청년들을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누군가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갓생을 산다. 요즘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갓생’을 사는지 들어봤다.

부지런하게 사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20대 때는 낮은 자존감과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살았어요.” 최해원(34)씨를 평범한 회사원에서 SNS마케팅 강사, 작가, 프로 운동러인 ‘해원칭(필명)’으로 끌어 낸 건 가난이었다. 평생직장보단 건강하게, 오랫동안 먹고 살 수 있는 업(業)을 갖고 싶었다. 매일 새벽 4시30분, 그가 남들보다 빨리 일과를 시작하는 이유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스무 살 때부터 콜센터 일을 시작했어요. 직장 내 왕따를 당하고 고객에게 욕먹던 어느 날,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대학에 가야겠단 생각에 야간 대학을 다니며 일을 했어요. 이대로 생을 마감하기엔 너무 억울했어요. 운동을 시작하고 식습관을 바꿨어요. 시대의 흐름을 읽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고, 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성공한 사람들의 부자 마인드를 찾아보며 무자본 창업 아이템을 고민했어요. 이때부터 SNS, 유튜브 등을 시작했죠.”

“100세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회계 업무만 하다 60세에 정년퇴직하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퍼스널 브랜딩이 대두되는 지금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봐야 한다고 봐요. 도전 속에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발전시키고 수익화로 끌어내면 더 좋지 않을까요.”

‘인간미 넘치는 요리’ 콘텐츠로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임모(필명 헤이임자)씨는 지난 14일 저녁 반찬을 만들며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촬영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퇴사하는 육아 선배들을 보며 미래가 걱정됐어요.”
4세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임모(33·회사원)씨는 홀로서기를 준비 중이다. 아이가 잠든 시간, ‘헤이임자’라는 필명으로 유튜브와 블로그에 올릴 게시물을 만든다. 최근 유명 재테크 카페를 통해 가계부 관련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해도 퇴사 걱정 없는 ‘업’을 찾고 있다.

“휴식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쉴 때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SNS를 봤어요. 오히려 몸은 더 피곤하고 아이와 놀아주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닫고 충격 받았죠. 지금은 시간표로 일정을 짜요.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있는 동안엔 엄마 역할에 집중하고, 그 외 시간엔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고 노력해요.”

생산적인 삶은 평범했던 직장인에게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어줬다. “회사 생활 외에도 제 인생에 다른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됐어요.” F&B 브랜드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오모(30대·회사원)씨는 ‘갓생러 인터뷰’라는 말에 손사래부터 쳤다. 갓생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보통의 직장인이라고 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 좋아하는 일들을 즐긴 것이 지금의 오씨를 만들었다. 오씨는 퇴근하면 ‘부기’라는 필명으로 글을 쓴다. 이미 에세이 ‘다정해지기 연습’ 등 전자책 3권을 낸 작가다.

“직장에서 겪은 일과 스트레스를 일기처럼 브런치에 글로 썼어요. 쓸수록 마음이 정리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글이 쌓여서 한 권의 에세이가 됐어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죠. 평소 좋아하는 방탈출 카페 리뷰가 쌓이면서 관련 글을 써달라는 제안도 들어왔어요. 제 만족을 위해 하던 일이 다른 일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취미 활동이 덕업일치까지 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한 교육회사에서 콘텐츠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30대 직장인 이승화씨가 읽기 코칭 전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모습. 본인 제공

“농담으로 ‘나 같은 자식을 낳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해요. 현재 제 삶에 굉장히 만족합니다.”
교육회사에서 국어독서 콘텐츠 개발을 하고 있는 이승화(30대·회사원)는 10년째 독서 모임을 운영하며 읽기 코칭 전문 강사로 6권의 교육서를 써낸 프로 갓생러다. 그는 다양한 외부 활동은 회사 업무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외부 활동이 회사 업무와 같은 결이라 서로 도움이 많이 돼요. 업무 외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전문성이 생겼어요. 업무에 더 탄력이 붙었고, 조직에서 인정도 받게 되더군요. 나중엔 일이 힘들지 않게 됐어요. 회사 생활 외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지금도 많은 일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갓생’의 삶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이승렬(29·회사원)씨는 식습관부터 운동, 자기 계발까지 주어진 가용시간과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며 산다.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그는 평일 점심시간엔 헬스를 즐기고 퇴근 후엔 학원 수업을 듣는다. 약속이 없는 주말엔 외주 작업을 하거나 학원에서 배운 기술로 개인 작업, 유튜브에 올릴 축구 경기 영상을 편집하며 하루를 보낸다.

“나름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삶에 만족하진 않아요. 당장의 불안감을 덜어내는 게 제가 갓생을 사는 이유입니다. 현재에 투자를 해서, 미래에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죠. 하루라도 시간이 더 있을 때 배워보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다 보면 언젠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갓생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우린 타인과는 많은 대화를 하지만, 정작 나와의 대화에는 서툰 경우가 많습니다. 난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먼저 스스로와 대화해보는 건 어떨까요.” (최해원씨)

“한 번 해보세요. 정말 싫은 것이 아니면, 하면서 좋아지는 것들도 많아요. 곧바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경험하고 배우고 극복하는 과정 모두 소중한 순간입니다. 나중에 그것들이 연결고리가 돼 큰 그림을 그려줄 수도 있고요. 갓생으로 꾸준히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이승화씨)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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