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좋았는데’…증권사 하반기 전망 ‘어둡다’

‘올해 초 좋았는데’…증권사 하반기 전망 ‘어둡다’

상반기 호실적 ‘브로커리지·트레이딩’ 수익 영향…증권가 “하반기 수익 둔화될 것”
브로커리지 이익 원천 ‘거래대금·예탁금·신용공여’ 하락세
부동산 PF 대출 대손충당금 적립도 실적에 악영향
증권사 구조조정 실현될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3-06-20 06:00:05
서울 마포구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이같은 장밋빛 전망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따라 업계 구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도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이에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단행됐던 증권사 구조조정이 올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 60사의 순이익은 3조89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1조8382억원) 증가했다. 다만 이는 한국투자증권 자회사 배당금 수익 1조7000억원이 반영된 수치다. 이같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2조2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1732억원) 늘어났다. 시장의 우려보다 준수한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같은 기준 증권사의 자산총액은 677조8000억원으로 11.5%(69조7000억원) 늘었다.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의 경우 720.9%로 15.0%p 증가했다. 모든 증권사 순자본비율은 규제 비율(100% 이상)을 충족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8%로 전년 동기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상반기 호실적을 견인한 요인은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와 트레이딩 수익이다. 올해 1분기 코스닥 2차전지 열풍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키움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는 이같은 호실적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호실적을 견인했던 손익들이 하반기에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호실적을 견인한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손익은 하반기에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5월 이후 거래대금과 투자자 예탁금이 급감하고 있고, 증시도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브로커리지는 이익의 원천이 되는 거래대금과 예탁금, 신용공여가 공히 하락하고 있어 1분기보다 나은 실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실제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기록한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약 26조4000억원)보다 31.67% 줄어든 수치다.

시장별로 살펴봐도 모두 줄어들었다. 같은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은 12조6000억원에서 27.45% 감소한 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거래대금도 13조8000억원에서 35.50% 감소한 8조9000억원이다.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든 이유는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당 폭락 사태의 핵심인 차액결제거래(CFD)는 총 13개 증권사가 취급해 왔다. 국내 중개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CFD 계좌에서 발행한 원금 초과 손실 정산을 못 할 경우 미수채권에 따른 손실을 떠안는다. CFD와 관련한 위험 노출액과 손실 규모가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증권사별 8개 종목 관련 CFD 미수채권 규모(추정)’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4일 기준 12개 증권사의 미수채권 금액은 2521억원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CFD 미수채권 규모가 100억 원이 넘는 증권사는 총 6곳으로 조사됐다. 증권사 13곳 중 1곳은 미수채권이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의 CFD 규제에 따른 사업 제한으로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CFD에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을 개인전문투자자 중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월말평균잔고 3억원 이상으로 규정했다. 이 경우 투자 요건을 충족하는 이용자는 현재의 22% 수준으로 떨어진다. 수익성 감소와 동시에 사업성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까지 상존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부실 징후가 있는 PF 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신속히 적립하고, 부실채권을 상각할 것을 권고했다.

대손충당금은 익스포저를 감안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쌓아두는 금액을 말한다. 쉽게 말해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을 회계상으로 미리 비용에 선반영한다는 것이다. 손실이 발생하면 대손비용으로 집계돼 영업이익에서 차감된다. 그 때문에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권 부동산 PF 부실화 관련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사업성 악화로 브릿지론에서 본PF 전환이 어려워짐에 따라 추후 관련 충당금 적립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고, 신규 PF 딜 감소에 따른 기초 체력 저하도 중장기 이익 악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으로 단행됐던 증권사 구조조정이 올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지난해 다올투자증권은 정규직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특히 영업을 제외한 경영 관련 직무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KB증권도 1982년 12월31일 이전 출생한 정규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이유는 상반기 채권운용 손실과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우려로 유동성 위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주가 폭락 사태 여파를 비롯한 불확실성이 하반기에 ‘겹악재’로 등장할 경우 다시금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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