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역 역명 변경 추진, ‘끓는’ 지역 민심에 ‘일단 멈춤’

강동역 역명 변경 추진, ‘끓는’ 지역 민심에 ‘일단 멈춤’

지명위서 ‘성내동역’ 변경 최종 의결…“의견 수렴 부족” 주민 반발
행정 절차상 역명 변경 완료...시설물 교체 후 ‘고시’만 남아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강동구, 대안 찾기 분주

기사승인 2023-06-21 06:00:43
강동구청 전경.   사진=조진수 기자

서울시 지명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5호선 ‘강동역’이 ‘성내동역’으로 역명 변경되는 행정 절차가 마무리됐다. 수억 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충분한 주민 설명이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8년 전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졸속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동구청은 뒤늦게 ‘역명 변경’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미 행정 절차상 무를 수 없는 상황이라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지난달 4일 강동구가 요구하고 제안한 강동역 역명 변경 안을 상정·의결했다. 역명 변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질의가 있었지만, 강동구 측의 요구에 큰 반대 없어 원안대로 최종 의결됐다. 

역명 변경 원안 가결 소식을 접한 지역 사회는 들끓었다. 주민과 충분한 소통이 없는 상태에서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이유다. ‘강동역 역명 변경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이 지난 14일까지 주민을 대상으로 이어졌고, 구의회에서도 여야 불문 반대 발언이 쏟아졌다.

민주당 소속 양평호 강동구의회 구의원은 지난 7일 본회의 5분 발언에서 “30년간 사용한 명칭 개명에 어떤 근거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구민의 뜻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주민 의견 수렴 과정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구에 사는 한 시민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8년 사이에 강동역 인근이 얼마나 달라졌는데 8년 전 여론조사를 들고 와서 현재 주민들의 여론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느냐”며 “다시 조사해보고 결정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강동구가 서울시 지명위에 안건을 상정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것은 지난 2015년 실시한 지역 여론조사다. 당시 60.7%가 찬성한다고 답했는데 8년여가 지난 지금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자료=강동구청

구의원 시절부터 강동역 역명 변경을 강력히 주장해 온 김영철 서울시의원은 졸속 추진에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쏟아지자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닌데 오해받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김 의원은 쿠키뉴스에 “구의원 시절부터 ‘강동역’의 역명 변경을 강하게 요구해왔다”며 “강동구 내 9개 법정동 중 8개 동은 역명이 있는데 성내동만 없다. 역명은 법정동을 우선하라는 법규가 있다. 강동역에서 ‘강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반대하니 ‘역명 변경’에 대한 생각을 접고, 대안을 찾는 중”이라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서울시 지명위윈회에서 강동역의 역명 변경이 최종 의결되면서 사실상의 행정 절차는 끝마쳐졌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역명 변경에 따른 시설물 교체 등은 원인 제공자 또는 관할 구청 비용 부담으로 하는 게 원칙”이라며 “승객들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시설물 교체가 완료된 시점에 서울시가 고시하고 변경 절차가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강동구에서 역명 변경에 대한 이의제기 등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동구는 난처해졌다. 강동구가 역명 변경을 요구했고, 지명위를 통해 최종 결정받은 것인데 주민 반발을 이유로 다시 물러달라고 요구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동구청은 향후 절차에 관한 쿠키뉴스의 질의에 “강동구는 시설물 정비 계획 수립이 선행된다. 현재 (역명 변경)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며 “서울시 도시철도 역명 제·개정 관리기준에 규정된 ‘동일 안건 재상정’에 대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이 과거 주민의견 조사 결과의 적합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 주민의견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추진 시점부터 현재까지 구 자체 예산으로는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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