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면 거액을 물어내고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다.
3일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지하철 1~8호선에서 승객으로 인한 열차 운행 방해나 시설물 파손, 승강기 고장 등의 장애가 모두 10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례로 공사는 최근 고의로 열차 운행을 방해하고 운전실에 강제 진입한 취객을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9시쯤 왕십리역에서 뚝섬역 방면으로 향하던 2호선 내선 열차에서 30대 중반의 남성 A씨가 왕십리역과 한양대역에서 닫히는 출입문에 6회에 걸쳐 발을 끼워 개폐를 방해했다. 이로 인해 열차 운행이 3분가량 지연됐다. 승무원의 안내방송에도 취객은 행위를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불만을 품고 강제로 운전실에 진입했다. 운전 중이던 기관사가 몸으로 막고, 다른 승객의 도움을 받아 취객을 운전실에서 내보냈다.
A씨의 경우 현재까지 위반한 사항만으로도 2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또 현재 수사 중인 철도종사자 대상의 폭언·폭행 여부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에스컬레이터 정비에 불만을 품은 60대 승객이 에스컬레이터 상부에 있는 펜스를 하부로 내던지는 일도 있었다. 정지했던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오던 승객이 있었다면 시설물에 맞아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위험한 행위다. 이는 재물손괴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의 대상이 된다.
공사는 A씨 등 사례처럼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거나 시설물을 파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형사고소,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명백한 과실로 지하철 내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면 형사고소뿐 아니라 구상권을 행사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민사적 조치도 하기로 했다.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설물 파손·열차 운행방해에 대해서는 고의 여부를 떠나 법적 범위 내에서 엄정하게 대응해 시민 전체의 안전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