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유학생, 남북한 전쟁 소식에 '탈출' 소동

평양 유학생, 남북한 전쟁 소식에 '탈출' 소동

주 북한주중대사관 '철수 권고'에...여권, 생수, 식량 준비
기숙사 북한 언니 "전쟁 나면 입대해 총 들고 싸워야 할 거야"

기사승인 2023-07-03 09:54:43
[나의 북한 유학 일기]

북한에서 유학 생활하는 동안 남북한 관계가 악화되고 긴장된 시기를 많이 겪었기에 일상에서는 아무 일도 없지만, 뉴스에서는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보도가 자주 나오는 것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2013년 4월, 북한이 주재 국가 공관에 직원 철수를 권고한 사건을 통해 남북한이 아직 휴전 중인 것을 정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2014년 3월 평양 유학을 위해 평양행 기차에서 찍은 열차표와 여권. 북한 입국 한 달 만에 "남북한 간 전쟁이 터진다"라는 얘기에 철수 직전까지 갔다. 사진=육준우 제공 

철수 권고 통고가 내려진 시점은 학교 방학이 끝나고 평양에 도착한 지 한 달 정도 된 시기였다. 처음에는 철수 소식을 옆방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친구의 부모로부터 중국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이어서 다른 친구들도 부모로부터 연락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숙소 분위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남북 관계에 긴장감이 돌아도 철수 권고는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차례로 지도 선생님 방을 찾아가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유학 중에는 입국하여 숙소에 도착하는 시점에 여권을 지도 선생님에게 맡겨야 했다. 출국할 때에도 지도 선생님이 일괄적으로 여권을 수령하여 3~5일 전에 돌려주었다.

철수 권고로 상납된 여권도 우리에게 돌려주었다. 일부 유학생들은 긴급 상황에 대비해 여권과 생수, 식량을 가방에 싸서 침대 옆에 두고 외출용 옷을 입은 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때, 난생 처음으로 중국 대사관에서 제공해준 긴급 연락처에 부모님의 연락처와 집 주소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혹시’라는 생각도 추호에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연락처를 작성하고 제출한 후 같은 층에 사는 북한 동숙생 언니를 만났다.

“언니, 전쟁이 터질 것 같다고 생각해요?”

“글쎄... 그럴 지도 모르겠어.”

“그럼, 만약에 전쟁이 터진다면 언니는 어떻게 되나요?”

“나? 군대에 가야지. 총을 들고 싸워야 할 거야.”

언니의 말에는 태연함과 동시에 심각함도 느껴졌다. 언니가 한 말은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심중하게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그 날 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도 동숙생 언니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언니가 총을 든 모습이 전혀 상상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들, 동숙생 언니, 오빠들이 전쟁터에서 싸우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총을 대신하여 꽃을 들고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었고, 총을 대신하여 교과서를 들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사람들이었다.

10년 넘게 이어진 유학 생활 동안, 고향은 여름과 가을만 느껴볼 수 있었다. 유일하게 고향의 봄 날씨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2013년 4월뿐이었다.

그 후로 나는 남북한이 아직 휴전이라는 현실을 항상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 유학을 통해 북에 살고 있는 그들의 평범한 삶과 꿈을 알게 되었고 전쟁이 아니라 평화통일, 평화로운 한반도를 꿈꾸게 되었다.

최근,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에서 전쟁 위기를 느끼게 한 경계경보를 들으며 북한에서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지금도 ‘평화의 꿈’은 유효하다. 언젠가 평화를 꿈꾸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평화의 날을 살고 있을까?

육준우(陆俊羽·중국인유학생)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수료.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졸업. 2011~2016년 북한 김형직사범대학교 유학(조선어전공). 지금은 한중문화교류원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am529junwo@gmail.com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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