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권 카르텔 경고한 이복현...은행·증권 ‘감사’ 장악

금감원 이권 카르텔 경고한 이복현...은행·증권 ‘감사’ 장악

5대 은행 상임감사 모두 금감원 출신
카뱅·토스 등 인은에도 곳곳 포진
감사 전문성 높지만 로비창구 우려

기사승인 2023-07-06 06:05:02
쿠키뉴스DB

전직 금융감독원 인사들이 금융권 은행과 증권사 감사 자리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출신 인사들은 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로비의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온다. 검사 출신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권 카르텔에 주의할 것을 경고하고 나선 배경이다. 

6일 은행별 사업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국내 5대(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상임감사는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신한은행 유찬우(금감원 前 부원장보), 국민은행 김영기(금감원 前 부원장보), 하나은행 조성열(금감원 前 국장), 우리은행 장병용(금감원 前 국장), 농협은행 이익중(금감원 前  국장) 모두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들이다.

금감원 출신 인사의 피감기관 진출은 상임감사에서 그치지 않는다. 진웅섭 前 금융감독원장은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태종 전(前)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토스뱅크 감사위원도 금감원 출신 박세춘 前 부원장이다.

이러한 추세는 금감원의 감독 대상인 증권업계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다. 202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미래에셋증권에 정용선(금감원 전 부원장보), 신한투자증권 송윤진(금감원 전 창원지원장), KB증권 민병현(금감원 전 부원장보), NH투자증권 이보원(금감원 전 국장) 등의 감사위원 및 상임감사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는 동시에 감독당국과의 연계고리로서 이들을 모시고 있다 반응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에서 감사업무에 가장 정통한 사람들이 금감원 출신”이라면서도 “검사·감독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말이라도 한 마디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의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검사에서 문제점이 10여개 발견되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나서 징계 수위가 높은 문제를 빼거나 전체적인 징계 수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우려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높은 기관·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공직자윤리위가 '퇴직 전 일정 기간 담당한 업무와 취업하려는 기관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거나 승인해주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임원들은 퇴직 후 연구원이나 로펌에 이름을 등록해 놓고 취업 제한 기간을 보내고 피감기관에 취업하고 있다”며 “3년이 지났다고 해서 이들의 영향력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려가 끊이지 않고 최근 이권 카르텔까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결국 이복현 금감원장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그는 4일 “최근 사회전반에 걸쳐 이권 카르텔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복무자세를 더욱 가다듬어 원칙에 입각하여 엄정하게 감독·검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금감원 출신 금융사 임직원들과의 사적 접촉 및 금융회사 취업에 있어서도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한 치의 오해도 없도록 하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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