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의  ‘지옥철’… 마법(魔法)으로 풀자 [임성은 원장의 혁신 이야기] 

마(魔)의  ‘지옥철’… 마법(魔法)으로 풀자 [임성은 원장의 혁신 이야기] 

글‧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기사승인 2023-07-10 07:27:02

산업화가 불을 내뿜던 1980년대 중후반. 서울지하철 1호선 경기 부천~ 서울 신도림 구간은 ‘마(魔)의 구간’을 방불케했다. 출근길 지하철 승객들은 짓이김, 부대낌, 호흡 곤란에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고, 실신하는 이들도 속출했다. 
  
21세기 수도권에서도 그 역사는 되풀이된다. 김포 골드라인과 서해선 대곡~소사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김포공항이 출근길 대혼잡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1980년대의 신도림역, 2023년의 김포공항의 교통대란은 공히 지옥철의 상징이지만 서로 다른 특징을 두 가지 갖고 있다. 하나는 신도림역의 경우 혼잡의 여파가 주로 해당 역사(驛舍)에 국한됐다면, 김포공항역 교통난은 9호선을 시작으로 5호선, 공항철도 등으로 연결되고 2호선, 3호선 등 전 노선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1980년대에 생소했던 유연근무제가 ICT산업의 첨단화와 코로나19에 힘입어 일반화 되었다는 점이다.
  
지옥철 승객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하는 교통당국은 이 두 가지 변수를 고려했으면 한다.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을 늘리듯, 수도권 서부 교통대란은 지하철 증량이 불가피하다. 당국도 출근시간에 최대한 많은 열차편을 투입하려고 하지만 증차는 시간이 5년 정도 걸린다. 더 큰 문제는 증차 비용에다 운영비용까지 추가되는 예산도 엄청나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지하철 적자가 1조2천억원에 달하는 마당에 지하철 증량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본질적으로 지금의 지하철 교통대란은 총 용량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첨두시간대의 소화불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하철 출근 전쟁은 하루 딱 2시간에 그친다. 지하철 하루 이용자의 20% 이상이 출근시간(오전 7시~9시)대에 몰린다. 그 외의 시간은 빈 열차로 달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첨두시간과 비첨두시간의 격차를 줄이면 당장의 아침시간 혼잡도를 완화하고 운영비용 절감까지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사람에 따라 출근시간을 늦추거나 당기는 식이다. 우선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 중심으로 유연근무제를 확산하면 어떨까? 자영업자, 아르바이트 종사자. 중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종사자들은 현실적으로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러시아워 때 열차를 타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정부 및 공공기관, 민간의 대기업 등 규모의 경제를 가진 주체들은 구성원 출근 시간 조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조직의 구성원 일부를 피크타임에서 배제함으로써 하루를 숨 가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교통 편의를 도모하는 쪽으로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에는 교통유발부담금 경감. 각종 세제 지원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시차출근제, 유연근무제는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돼 있다. 한국의 경우 지금이 이를 행하기에 가장 좋은 때일 수 있다.

일본의 수학자 모리타 마사오는 저서 <계산하는 생명>에서 “충분한 이유를 찾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윤리를 배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책임은(responsibility)은 응답(respond)하는 능력(ability)에서 온다. 이유가 없더라도 움직이는 게 책임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혹시 아는가?  그렇게 함으로써 마법(魔法)처럼 일이 풀릴지.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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