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더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초단시간 근로자’다. 변하는 노동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정치권은 초단시간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 발의에 나섰다.
초단시간 근로자들을 ‘쪼개기 아르바이트생(알바생)’으로 부르기도 한다. 고용주들이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유급휴일 등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이용해 주휴수당 지급을 회피하는 편법이 만연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쪼개기 알바’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2021년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88만 6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83만 6000명(16.6%) 증가했다.
하루 근무시간이 4시간도 채 되지 않는 초단시간 근로자(주5일제 기준)는 특히 급증했다. 근로 시간별로 세분화할 경우 주 1∼17시간 일한 사람이 215만 8000명으로 1년 새 56만 5000명(35.5%) 늘었다. 주 18∼35시간 일한 사람은 372만 8000명으로 27만 2000명(7.9%) 증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초단기 알바생을 보호하려고 여러 법안을 마련 중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 찾기 법’을 발의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 의원은 “15년 전 초단시간 노동자로 발이 부서지라 일했지만 제가 나른 스테이크 하나만도 못한 돈을 받았다”며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는 주휴수당도, 유급휴가도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5년 18만명이었던 초단시간 노동자는 2022년 157만명으로 급증했다”며 “초단시간 노동이 이미 예외가 아닌 하나의 ‘표준’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 의원이 밝힌 알바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구인 공고의 60%가 초단시간 일자리였다. 초단시간 일자리를 제외하면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아 노동자들이 초단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용 의원의 설명이다. 이어 “OECD 최악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성별 임금 격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바꾸려면 초단시간 노동의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며 “변하는 현실에 발맞추기 위해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 찾기 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은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고용보험법 등 세 개의 법에 명시된 초단시간 노동자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용 의원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초단시간 노동자도 주휴수당과 연차, 퇴직금, 실업급여 등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가나 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주 15시간 미만으로 계약했던 ‘꼼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초단시간 일자리의 감소는 장시간 불안정 노동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발의한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 찾기 법이야말로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를 찾아 나서는 첫 시작점”이라고 덧붙였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2021년 4월 기자회견을 통해 ‘청년 쪼개기 알바 방지법’을 소개했다. 해당 법안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등을 골자로 한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7년 11월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주휴수당, 사회보험,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에 차별을 두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권고 이후 아무런 제도개선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류 의원은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최저 시급이 높게 적용되면서 초단시간 근로자도 늘어났다. 예전에는 ‘차라리 최저 시급을 폐지해달라’는 노동자도 많았다”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자의 의견도 많이 청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