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교사 A씨를 추모하려는 교사들이 학교 측의 대응에 분노했다.
A씨를 추모하기 위해 20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교사들은 오후 3시부터 학교 앞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국화꽃을 든 채 추모 행사를 열었다. 교사와 시민 등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교문 앞 추모 공간보다 찾는 이들이 더 많았지자 오후 4시쯤 교내에 추모 공간을 만들어달라며 경찰과 대치했다.
긴 시간 교문 밖에서 자신의 추모 순서를 기다리던 일부 교사들은 “(학교 내부에) 추모 공간도 안 만들어주느냐” “학교 내부에 추모 공간 하나를 안 만들어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문 밖 교사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고, 먼저 교내에 진입한 일부 교사들은 다른 추모객도 입장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추모 대기 행렬이 끝없이 늘어서자, 경찰 측은 교내 출입을 막고 학교 앞 한 개 차로를 폐쇄해 추모객이 서 있을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추모를 위해 현장을 찾은 교사와 시민들은 “(교문을) 열어라”라고 한목소리로 소리치며 교내에 진입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추모객은 “조용히 헌화만 하고 가겠다”며 “교내에 학생들이 있다면 조용히 추모만 하겠다.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쳤다. 또 다른 추모객도 “학생이 죽으면 운동장에서 추모하는데, 교사가 죽으면 길거리에서 추모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혼란이 커지자 서이초 측은 교내 방송을 통해 “학교 정문 안쪽에 임시 추모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며 “분향소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A씨가 지난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A씨가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사 노조도 동료 교사들로부터 관련 제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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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